부산저축은행의 분식회계를 눈감아준 혐의로 기소된 공인회계사들이 무더기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저축은행 부실 감사를 이유로 회계사가 형사 처벌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법원이 대가성 없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부실 감사에 이례적으로 유죄를 선고함에 따라 관련 업계에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형사부(부장판사 이범균)는 최근 부산상호저축은행의 외부 감사를 소홀히 하는 등 분식회계를 방관한 혐의(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다인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소모씨(48)와 김모씨(42)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부산2저축은행 외부 감사를 담당한 성도회계법인의 김모씨(40)와 이모씨(31)도 같은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부산저축은행의 분식회계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미필적으로는 인식했으면서도 막연히 적정 의견을 기재해 분식회계가 지속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며 “고도의 전문성과 주의 의무가 필요한 공인회계사로서 직분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 고의로 분식회계를 눈감아줬다는 직접 증거가 없지만 간접적인 정황 증거만으로 허위 기재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2008~2010년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외부 감사 과정에서 부실을 묵인하고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기재한 혐의로 2011년 김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 수년간 금융감독원 감사 과정에서도 문제가 없었고 분식회계 혐의를 알지 못했다”며 무죄를 주장해 왔다.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은 부실 감사 혐의에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전례가 드물다. 2007년 대법원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고합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허위 내용을 기재한 혐의로 기소된 공인회계사 홍모씨에게 ‘미필적 고의성’을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그동안 회계 부정에 대한 형사 처벌이 거의 없었던 만큼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