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분양 아파트 확 줄이고…임대주택 늘린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올해 사업비를 축소하는 등 ‘긴축 경영’에 돌입한다. 취약해진 재무건전성을 회복하면서 새 정부의 주택정책에 맞춘 공공주택 공급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LH는 ‘공공분양’ 아파트를 줄이고 임대주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잡았다. 이로써 건설업계와 분양위축 책임을 놓고 빚어왔던 갈등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무주택 서민들이 저렴한 비용에 마련할 수 있는 내집마련 기회는 줄어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대신 입지여건이 양호한 임대주택에 내 집을 마련하려는 서민들은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업비 20조3000억원 작년 대비 4% 감소

LH는 올해 사업비를 지난해 실제 집행 예산(20조9307억원)보다 4.1% 줄인 20조653억원으로 확정했다고 9일 발표했다. 작년 연초에 세웠던 계획예산(26조원)보다는 22%가량 축소된 규모다.

LH의 사업비 감축은 보금자리주택지구 등 신규택지지구 지정이 중단되면서 공공주택 공급이 전체적으로 줄어든 게 직접적 원인이다. 신도시와 보금자리주택 공급물량도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올해 용도별로는 △보상비 5조5906억원 △건설공사비 12조2725억원 △매입임대 등 기타 2조2022억원 등으로 짜여졌다. 신규택지 조성에 따른 보상비는 대폭 줄인 반면 당장 아파트를 지어야 하는 건설공사비는 작년(11조1691억원)보다 9.8% 늘렸다.

일감 부족에 시달리는 건설업계에는 도움이 될 전망이다. 눈에 띄는 신규 토지는 △경북 포항 블루베리 산업단지와 경기 부천 오정 물류단지 등 산업지 △경기 하남 감일, 성남 고등 등 보금자리주택 등이 있다.

올해 거둬들일 매출은 △택지분양(9조6194억원) △주택분양(4조8577억원) △임대수익(1조313억원) 등 15조5000억원 규모로 예상됐다.

◆6만5000가구 실제 공급은 미지수

LH는 올해 공급할 아파트를 △공공분양 2만2370가구 △공공임대 4만2620가구 등 6만4990가구로 계획했다. 지난해 실제 공급한 물량(5만5917가구)보다는 많다. 하지만 작년 목표치(7만8519가구)보다는 1만3000여가구 줄어든 수준이다.

올해 공사에 들어갈 물량(주택 착공 물량)은 지난해(7만1283가구)보다 22.4% 줄인 5만5312가구로 잡았다. 이 중 지난해 3만1137가구였던 공공분양은 올해 7252가구로 대폭 줄였다.

하지만 국민·영구임대 등 임대주택은 지난해(4만1357가구)보다 7000가구가량 많은 4만8060가구로 확대했다. 매입임대(7000가구)와 전세임대(2만가구)는 2만7000가구다.

업계에서는 LH의 금융 부채가 100조원을 넘는 데다 실제 주택 공급 집행치는 목표치에 밑도는 경우가 많아 올해도 작년처럼 계획 달성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주택 서민들은 이달 하순 나올 경기 하남 미사지구 등 보금자리 일반분양 물량의 청약에 나설 것을 조언했다. 경기 고양 원흥, 서울 강남지구 등 입주가 진행 중이거나 임박한 단지들도 눈여겨볼 것을 주문했다.

이춘우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분양가가 저렴한 공공분양주택이 줄어드는 바람에 올해 나올 물량은 상대적으로 희소가치가 높아져 서민들은 이들 물량에 청약통장을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