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자신이 회사를 떠나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82세인 버핏이 은퇴하면 벅셔해서웨이가 그동안 이뤄온 성과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4일(현지시간) 그의 고향인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벅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다.

자본주의의 우드스톡(세계적인 록음악 축제)으로 불리는 벅셔해서웨이 주총에는 올해도 3만5000여명의 주주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특히 올해는 벅셔해서웨이에 대해 공매도(주가 하락을 예상해 빌린 주식으로 미리 매도주문을 내는 투자기법)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헤지펀드 매니저 더그 카스를 질문자로 초청해 눈길을 끌었다.

카스는 버핏의 은퇴 이후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그는 벅셔해서웨이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가가 폭락하던 골드만삭스의 우선주를 매입해 구원투수 역할을 한 후 막대한 차익까지 거둔 것을 예로 들며 “버핏이 없어도 이런 딜이 가능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버핏은 “시장이 공포이 빠지면 벅셔해서웨이는 800번(미국의 수신자 부담전화)이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며칠간 다우존스 지수가 하루에 1000포인트씩 하락하는 날이 온다면 파도에 벌거벗겨진 사람들이 우리에게 전화해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버핏은 이어 “이는 (내 브랜드가 아닌) 벅셔의 브랜드”라며 “내 후계자는 나보다 더 많은 자원(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스는 또 버핏의 첫째 아들인 하워드 버핏이 비상임 이사회 의장으로서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따져 물었다. 이에 버핏은 “그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해야 하는지만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하워드가 실수를 저지를 확률은 1%도 안 된다”고 단언했다.

버핏은 ‘밤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고민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한 주주의 질문에 “나보다 더 많은 두뇌(인재)를 거느리고 더 많은 에너지와 열정을 가진 CEO를 후계자로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후계자에 대해 이미 이사회에서 확실한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그 후계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전문가들은 벅셔의 재보험 사업을 이끌고 있는 애지트 제인과 철도회사인 벌링턴 노던 산타페(BNSF)의 매슈 로즈 CEO 등을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