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부동산 대책’ 이후 호가가 상승했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랜드마크 단지도 거래가 줄고 호가가 다시 하락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개포동 주공1단지. 한경DB
‘4·1 부동산 대책’ 이후 호가가 상승했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랜드마크 단지도 거래가 줄고 호가가 다시 하락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개포동 주공1단지. 한경DB
“이달 들어 반포 자이 3400여가구 중 거래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예요. 집주인들이 호가만 올리면서 매수세가 뚝 끊겼습니다. 올랐던 호가보다 낮은 매물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반포동 K공인 대표)

양도세와 취득세 면제 등을 담은 ‘4·1 부동산대책’ 주요 내용의 국회 법제화가 마무리됐지만 수도권 주택시장은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다. 매수자들이 오른 호가에 구입을 꺼리고 있는 데다 봄 이사철이 끝나면서 실수요자들의 관심도 줄어서다.

서울 일부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도 지난달 상승한 호가보다 500만~1000만원 낮은 매물이 나오지만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건축 단지도 거래 실종

'반짝'했던 강남 재건축마저…관망세 확산
5일 찾은 수도권 중개업소들은 하나같이 “거래가 다시 줄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개포동 개포공인 채은희 대표는 “개포주공 1단지 50㎡는 4·1 대책 발표 직후보다 1000만원 이상 내린 7억9000만원 선에 겨우 매매됐다”며 “개포지구 전체 거래량도 최근 10일 동안 3~4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인근 잠실박사공인 박준 대표도 “주공5단지 82㎡는 1개월 새 호가가 10억9000만원에서 12억원으로 올라 거래가 쉽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둔촌주공과 고덕주공 등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도 더 비싼 가격에 팔려는 매도자와 너무 올랐다는 매수자 사이에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1000만원 정도 호가보다 낮은 물건도 간혹 나오고 있지만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재건축과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과천시 중앙동 미래공인 대표는 “소형이 많은 단지도 호가만 오르고 거래는 거의 안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발표로 지난달 거래가 늘고 호가도 올랐던 성남시 정자동 느티공무원 4단지 인근 중개업소들도 이날 한산한 모습이었다.

◆고가 중대형은 하락 지속

투자자가 선호하는 재건축과 달리 실수요자들이 찾는 일반 아파트는 아예 ‘4·1 대책’ 효과를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 강북권은 집주인들의 기대만 커졌을 뿐 거래는 오히려 줄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서울 방학동 리치공인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집값이 하락하는 것을 막았지만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확산돼 거래는 더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집값이 6억원을 넘고 전용 85㎡를 초과해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수도권 대형 주택시장은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까지 매매가가 10억원에 달했던 성남시 정자동 로얄팰리스 147㎡는 최근에 7억3000만원짜리 급매물이 등장했지만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근 L공인 대표는 “고가 중대형은 정책 소외감으로 인해 집값이 더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주택 매매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2만9092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에만 거래 신고를 마치면 되는 규정상 지난 2~3월에 매매 계약을 체결한 물건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4·1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아직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거래 후 1개월 내 신고규정에 따라 신고된 수치는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활기를 띠었던 3월의 거래물건”이라며 “국토부의 4월 주택 매매 거래량 발표로 오히려 시장의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일/김동현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