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사업에 나선다.

2일 서울시와 강남구청 등에 따르면 현대아파트 한양아파트 등 압구정동 22개 단지가 지난달 일제히 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이들 단지의 입주자대표회의는 각각 주민 10%의 동의를 얻어 신청했다.

그동안 안전진단 실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서울시는 최근 압구정지구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공공관리제를 적용해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관리·감독에 나설 예정이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첫 단계다. 안전진단 결과 D등급 이하 판정을 받으면 추진위 구성 등 후속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압구정지구는 2006년부터 단지별로 재건축을 추진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진 데다 오세훈 전 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계획을 앞세워 통합개발을 추진하면서 사업은 답보상태였다. 현대아파트7단지를 제외하면 추진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했다. 당시 서울시가 50층 이상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했지만 부지의 25~30%에 달하는 기부채납을 요구했고 올림픽대로 덮개공원의 조성비용도 주민들이 부담한다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최근 박원순 시장 취임 후 한강 르네상스 계획을 대체하는 한강변 스카이라인 관리방안이 발표되면서 재건축 사업의 불씨가 살아났다. 서울시가 압구정지구의 용적률과 층고를 각각 300%와 35층으로 제한하는 대신 기부채납률을 15% 이내로 줄였기 때문이다.

압구정지구에는 1976년부터 현대1~14차, 한양1~8차, 미성1·2차 등 총 24개 단지에 1만355가구가 입주했다. 1987년 입주한 미성2차를 제외하면 모든 단지가 각각 20~40년의 재건축 연한을 충족시킨다. 서울시가 오는 7월부터는 추진위원회 단계를 생략할 수 있게끔 제도를 개선했지만 압구정지구는 기본정비계획이 수립된 상태라 추진위 단계부터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13차 아파트 주민인 전용현 씨는 “서울시와 강남구 측이 적극적인 입장을 밝혀 줘 다행”이라면서도 “추진위를 구성하기 위해 주민들의 동의를 얻고 의견을 통일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