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대상 아파트 40% 줄었다
‘고가 주택 신화’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화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 침체 탓에 고가·대형 아파트 값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공시가격 9억원을 넘어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고가 아파트 수는 최근 3년간 40% 가까이 줄었다. 고가 아파트 시장의 거품이 급속히 빠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29일 발표한 ‘2013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공시가격은 1년 새 평균 4.1% 떨어지며 2009년(-4.6%) 이후 4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시세의 80% 수준으로 집주인들이 내야 하는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산정의 기준이 된다. 올해 공시가격은 고가 주택일수록 하락폭이 컸다. 1억원 초과~2억원 이하는 1.5% 떨어지는 데 그쳤지만 3억원 초과~6억원 이하는 8.2%, 9억원 초과는 11.3% 하락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3년간 서울 강남권과 분당, 용인 등의 중대형 고가 아파트 중 고점 대비 30~40% 정도 값이 빠진 것이 상당수”라며 “지역에 따라서는 가격이 반토막난 곳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2008년 2월 11억2500만원까지 올랐던 경기도 분당 장안건영 전용 162㎡는 이달 초 시세가 5억9000만원 선까지 하락했다.

종부세 대상인 9억원 초과 공동주택 수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10년 8만5362가구였던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공동주택 수는 올해 5만2180가구로 줄었다. 최근 3년간 38.9% 감소한 셈이다. 고가 아파트는 ‘4·1 부동산 대책’의 세제 혜택 대상에서도 제외돼 선호도가 더 떨어질 전망이다.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는 이미 ‘찬밥’ 신세다. 경매 정보업체인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지난 4일 경매된 감정가 18억원짜리 서울 개포동 현대아파트 전용 165㎡는 11억5000여만원에 팔렸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인 낙찰가율은 64%에 불과했다. 지난 1월 감정가 28억원인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178㎡도 18억6600만원에 낙찰됐다.

김호철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경제 사정이 나아지지 않으면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많고 관리비가 많이 드는 고가 주택의 선호도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