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처럼…수협은행도 떼낸다
정부가 2015년까지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에서 수협은행을 완전 분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총 1조9380억원의 수협은행 자본금은 수협중앙회와 임직원·어업인의 출자로 충당하되 부족한 자금 5000억원은 정부의 추가 지원이나 기업공개를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수협중앙회 입장에서 수협은행의 분리는 ‘바젤Ⅲ(은행 건전성 강화를 위한 국제협약)’가 요구하는 자본 건전성 요건을 맞추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다.

◆해수부 직접 나서

농협은행처럼…수협은행도 떼낸다
29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9월까지 수협은행 분리를 위한 ‘수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한 뒤 올해 말 이를 반영한 ‘수협협동조합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늦어도 2015년까지 수협은행이 수협중앙회로부터 분리된다. 윤진숙 해수부 장관도 수협중앙회 구조개편 방안을 해수부 ‘10대 현안’에 포함시키고 진두지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개편 방안에는 수협중앙회를 경제사업 중심의 사업 조직으로 전환하고, 수협은행을 자회사로 분리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개편안의 핵심은 수협은행을 독립 법인화하기 위해 1조9380억원의 자본금을 마련한다는 것.

이를 위해 우선 수협중앙회 자본금 1조1580억원(공적자금)을 수협은행 자본금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예금보험공사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이와 관련한 결론을 조만간 낼 예정이다. 예보 측은 수협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 상환에 문제가 없다면 수협은행 분리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개편안은 임직원·어업인을 대상으로 출자를 받아 2800억원을 추가 조달한다는 방안도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원태 수협은행장은 “자체 조달 이후 부족한 자금 5000억원은 수협중앙회가 수협금융채권을 발행하고 이에 대한 이자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이차보전 방식을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수부 고위 관계자도 “수협중앙회가 자율적으로 수협은행을 분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지금의 자본구조로는 불가능해 정부가 지원을 검토하게 됐다”고 전했다.

다른 해수부 관계자는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지원을 검토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을 경우 어업인을 대상으로 한 기업공개(IPO)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추가 출자에 ‘난색’

바젤Ⅲ는 반환 의무가 있는 자금에 대해서는 자본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협동조합인 수협중앙회는 조합원들이 출자한 자본금에 대해 반환 의무가 있다. 따라서 현재의 수협중앙회 내 은행사업부의 협동조합 구조를 주식회사로 전환하지 않으면 바젤Ⅲ가 요구하는 자본금 규제를 충족할 수 없는 상태다.

수협은행의 독립 법인화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조합원은 수협중앙회에 출자하고, 모회사인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의 지분을 100% 보유하는 방식이다. 조합원 대신 수협중앙회가 수협은행의 주인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수협은행을 분리하기까지는 적잖은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 2001년 경영 악화로 이미 1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한 수협중앙회에 정부가 또다시 자금을 지원할 경우 특혜 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실제 기획재정부 내에서는 추가 지원 대신 수협은행에 대한 IPO를 통해 부족한 자본금을 메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과거 농업협동조합중앙회에서 농협은행을 분리할 당시에도 지원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로 정부와 농협 측은 진통을 겪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IPO 등을 통해 정부 지원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은 맞지만 협동조합 특성상 쉽지 않다”며 “정권 차원에서 추진하지 않으면 수협은행 분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우섭/이상은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