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값 수준과 관계없이 외화보유액 확충을 위해 무작정 금을 사들여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25일 "중앙은행들이 금값이 폭락하기 직전인 작년에 금 보유량을 대폭 늘려 최악의 '패배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금값이 온스당 1,921.15달러를 기록했던 2011년 9월 이후 지금까지 각국 중앙은행들이 약 5천600억 달러(약 623조원)를 손해봤다고 전했다.

중앙은행들은 전반적으로 금값이 올라갔을 때 사고 내려갔을 때 파는 등 금의 매수·매도 타이밍 결정에 취약했다.

이들이 금 보유량을 적극적으로 늘리기 시작한 2008년은 이미 금 가격이 8년째 상승세를 보인 때였다.

이처럼 장기간의 금 가격 상승세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었다.

과거에도 은행들은 금 가격이 현재 가치로 온스당 2천400달러에 육박했던 1980년에는 금을 사들인 반면, 값이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1999년에는 금을 팔았다.

BB&T 웰스 매니지먼트의 월터 헬위그 매니저는 "중앙은행들은 금 거래업자가 아니고 금을 장기 보유의 목적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대부분 불리한 시기에 금을 사거나 팔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들은 금값이 폭락한 올해도 450∼550t의 금을 더 사들일 예정이다.

매수세는 이미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카자흐스탄의 중앙은행들은 작년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6개월간 금 보유량을 늘렸다.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의 금 매도에 맞서 중앙은행들이 금을 적극적으로 사들이자 이날 금 가격은 금값이 폭락하기 직전인 지난 15일 가격을 회복했다.

싱가포르 금 거래소에서 금 가격은 오후 2시 30분(현지시간) 현재 온스당 1,445.75달러이다.

UBS의 원자재 분석가 도미닉 슈나이더는 "몇몇 중앙은행들은 최근의 금값 하락세를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3대 교육재단 중 하나인 텍사스대학 재단은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 사둔 금 3억7천500만 달러(약 4천170억원) 어치를 최근 매도해 금 선물과 금 관련 상장주식에 재투자했다.

재단의 총 운용 재산은 약 292억 달러다.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hye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