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가 고민에 빠졌다. 정부의 ‘4·1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1주택자에 비해 집 팔기가 훨씬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일 부동산 종합대책을 통해 연말까지 주택을 산 사람에게 양도세를 깎아주기로 했다. 누구든 9억원 이하 신규·미분양 주택이나 1가구1주택자(일시적 2주택자 포함)가 보유한 9억원 이하, 85㎡ 이하 주택을 사면 향후 5년간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집주인이 ‘1주택자냐, 다주택자냐’에 따라 집을 사는 사람이 내야 할 세금이 확 달라진다. A씨가 6억원짜리(전용면적 85㎡ 이하 기준) 집을 사서 5년 뒤 8억원에 판다고 치자. 1가구1주택자에게 산다면 5년 뒤 A씨가 내야 할 세금은 농어촌특별세 493만원뿐이다. 반면 다주택자에게 산다면 세금은 2714만원으로 껑충 뛴다.

정부가 이런 정책을 내놓은 것은 과거 빚을 내 내집 마련에 나섰다가 부동산경기 침체로 집을 팔지 못해 고생하는 ‘하우스 푸어’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다. 다만 다주택자까지 배려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1가구1주택자 보유 주택에 대해서만 양도세 감면 혜택을 줬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다주택자 입장에선 ‘날벼락’이나 마찬가지다. 집을 보러오는 매수자들이 이왕이면 1가구1주택자 집만 사려고 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려면 같은 아파트 단지, 같은 평형의 집이라도 1가구1주택자보다 무조건 싸게 내놔야 한다. 결과적으로 똑같은 제품(집)에 두 개의 가격이 형성돼 시장에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세무 전문가는 “‘1가구1주택자냐, 다주택자냐’ 같은 매도자의 재산 상태에 따라 주택 매매 가격이 달라지는 상황은 무척 이례적인 것”이라며 “이 정책이 과연 주택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 단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요자와 매도자 간 ‘눈치 싸움’으로 오히려 거래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광석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1가구1주택자라도 돈에 여유가 있을 수 있는 반면 1가구2주택자라도 돈에 여유가 없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얄팍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고광효 기획재정부 재산세제과장은 “이번 대책에 함께 포함된 신규·미분양 주택과 1가구1주택자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은 모두 매도자의 상태에 따라 매수자의 양도세가 달라지는 정책”이라며 “과거 외환위기 때도 그런 정책이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집을 팔려는 사람이 1가구1주택자인지는 매도자가 직접 시·군·구청에서 확인증을 받아 매매계약서에 첨부하는 식으로 매수자가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용석/임원기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