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오피스텔 '세입자 모시기' 힘드네…신축 물량 쏟아지며 세입자 '쏠림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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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임대료 할인 나서
올해 서울 1만2000실 공급
평년의 5배 넘는 물량
수익률 떨어지고 공실 우려
올해 서울 1만2000실 공급
평년의 5배 넘는 물량
수익률 떨어지고 공실 우려
서울 지하철 1호선 오류역 인근에 입주한 지 10년 된 오피스텔(30㎡)을 보유한 김모씨(62)는 이달 초 보증금 1000만원에 50만원씩 받던 월세를 40만원으로 내렸다. 주변에 새 오피스텔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작년에만 구로구에 1000여실이 넘는 오피스텔이 입주를 시작해 공실이 길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오피스텔시장에서 ‘신구(新舊) 건물 간 세입자 모시기’ 양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2~3년 새 집중 공급된 오피스텔이 완공돼 임대시장에 쏟아지자 기존 오피스텔의 세입자들이 새 건물로 빠져나가면서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기존 오피스텔 세입자 ‘비상’
1~2인 주거시설인 오피스텔은 통상 계약기간이 1년이어서 세입자의 이동이 잦다. 시설이 좋은 신규 물량이 나오면 쏠림 현상도 그만큼 심하다. 이러다 보니 한정된 임대 수요를 놓고 자연스레 신구 오피스텔 간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입주 물량이 많았던 구로·강동구, 최근 2~3년간 신규 공급이 집중됐던 강서·관악·영등포구 등에서 이 같은 ‘세입자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천호동의 김경신 공인중개사는 “새 오피스텔은 에어컨, 쿡탑 등 내부 생활가전이 최신 제품이고, 수납공간도 넉넉해 거주 편의성이 양호하다”며 “그런데도 임대료는 오래된 오피스텔과 비슷하거나 5만~10만원 정도 비싼 수준이어서 기존 오피스텔 세입자들이 새 건물로 옮기는 데 부담을 갖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규 입주…올해는 더 많아
문제는 오피스텔 입주 물량이 올해부터 큰 폭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오피스텔이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으로 꼽히며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2011~2012년 대거 분양이 이뤄져 올해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곳이 많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입주 예정인 서울 오피스텔은 1만2000실에 달한다. 2010~2012년 3년간 매년 2000~4000실이 공급되던 것과 비교하면 많게는 5배 이상 늘었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도시형생활주택도 작년부터 본격 입주가 시작돼 1~2인 주거시설의 공실률 상승과 수익률 하락은 올해부터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기존 오피스텔, 리모델링 변신 움직임
전문가들은 기존 오피스텔의 공실률 상승과 관련, “투자자(집주인)들은 우선 임대료를 내리거나 실내 리모델링 등을 통해 세입자를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며 “건물의 노후 이미지가 굳어지면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산관리 전문업체인 글로벌PMC 김용남 대표는 “최근 공급된 오피스텔의 분양가가 1억~2억원대인 데 반해 5~10년 전 분양된 오피스텔 투자비(분양가)는 훨씬 낮다”며 “임대료를 다소 낮춰도 수익률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피스텔 개발 전문업체 에버윌의 박창준 과장은 “같은 임대료라도 오래된 오피스텔은 신축 오피스텔보다 전용면적이 넓은 편”이라며 “내부 창호, 벽지, 가구 등을 교체하면 공간 효용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집주인들이 기존 오피스텔을 팔고, 새 오피스텔로 갈아타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공급 과잉과 고분양가로 오피스텔 수익률이 떨어지는 추세인 데다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이나 중개수수료까지 내야 하기 때문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