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복기금 29일 출범] 10분의 1로 확 쪼그라든 행복기금
하지만 정부가 이날 밝힌 행복기금의 규모는 채무조정을 위한 연체채권 매입에 사용되는 7948억원과 전환대출의 보증재원 6840억원을 합쳐 1조4788억원이다. 행복기금의 규모가 당초 공약의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채무 감면을 받는 실제 대상자 역시 비슷한 규모로 축소됐다. 대선 공약집엔 ‘320만 채무불이행자의 신용회복 지원’으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 행복기금의 채무 감면 및 장기 분할상환 수혜자는 32만명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이들이 감면받는 채무액 역시 많아야 2조2000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됐다.
행복기금 규모와 실제 수혜 대상이 공약에서 대폭 후퇴한 것으로 발표되자 대선 때 나온 320만명이라는 숫자는 처음부터 표심을 잡기 위해 부풀려진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채무자들이 빚을 갚지 않고 버티는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의 확산 역시 박 대통령의 공약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공약에 나온 숫자는 말 그대로 지원 대상이었을 뿐이다. 이들을 모두 채무 감면 대상으로 본다면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며 “앞으로 추가적인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채무탕감과 같은 조치는 대선 때 공약으로 내걸어 예고할 것이 아니라 전격적으로 시행해야 할 사안”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 논란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고 꼬집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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