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붙잡기 위해 수수료 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예탁결제원이 수수료 인상에 나서면서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외 주식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저 수수료 일제히 인상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은 최근 해외 주식과 채권 거래에 대한 수수료 인상 방안을 확정하고 관련 증권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예탁결제원은 내년부터 2년간 해외 주식이나 채권을 거래할 때 부과하던 결제수수료를 대폭 인상하고 별도 보관수수료도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까지 홍콩 주식 거래의 경우 건당 6달러에서 12달러로, 일본 주식거래는 7달러50센트에서 15달러로, 중국 본토 주식 거래는 18달러에서 38달러로 올릴 방침이다. 미국 주식 거래는 5달러50센트에서 5달러로 소폭 인하한다. 이 밖에도 주식 보유대금의 0.011~0.021%를 일종의 보관료인 예탁수수료 명목으로 받기로 했다. 유로클리어를 통한 채권 거래에 대해서도 보유대금의 0.011%를 보관료로 내도록 했다. 해외 주식이나 채권을 거래하는 데 따른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예탁결제원은 투자자가 매입 주문을 낸 해외 주식이나 채권의 결제 업무를 수행한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현실화하겠다는 게 예탁결제원 측 입장이다. 예탁결제원은 “지난 20년간 제반 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낮은 수준으로 수수료를 유지해 왔다”며 “지난 5년간 관련 사업에서 116억원의 누적 적자를 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해외 주식·채권 투자가 지난해 1232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매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각종 수수료도 현실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게 예탁결제원 측의 입장이다.

○증권사들은 수수료 인하 경쟁

문제는 해외 주식 거래 때 최저수수료가 오른다는 점이다. 현재 각 증권사들은 해외 주식을 사고팔 때 미국 증시 기준 7~10달러를 최저수수료로 정하고 있다. 거래 금액이 아무리 적더라도 최소 이 정도 수수료를 내야 거래할 수 있다. 정률제 수수료율(0.25%)과 비슷한 수준이 되려면 한번에 최저 3000달러는 거래해야 한다.

개인투자자들이 분할매수나 분할매도를 하기에는 기본 거래 단위가 큰 셈이다. 최저수수료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예탁결제원 수수료다. 한 증권사 해외 주식 영업담당자는 “국내 증시에 비해 수수료율이 높은 데다 실시간 시세 조회 등으로 추가 비용 부담이 큰 편인데 최저수수료가 오르면 개인 고객 유치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최근 앞다퉈 해외 주식 거래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추세다. 대신증권은 최근 해외 주식 투자 수수료를 0.2~0.25%로 0.0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이는 업계 최저 수준이다. 신한금융투자도 지난 1월 정액제로 받던 수수료를 정률제로 바꾸면서 수수료를 인하했다. 신한금융투자와 키움증권 리딩투자증권 등이 해외 주식 거래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증권사들이 이 시장을 잡기 위해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