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에 사는 주부 이향옥 씨(52)는 최근 양쪽 무릎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특히 왼쪽 무릎이 유난히 아팠다. 병원을 찾은 그의 병명은 퇴행성 관절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무릎 관절 내 연골이 손상됐다는 소견이 나왔다. 왼쪽은 연골 손상 정도가 오른쪽에 비해 훨씬 심했다. 이씨는 앞이 캄캄했다. 대수술을 해야 하면 어쩌나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씨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아직 젊고 연골 손상 정도가 생각보다 크지 않아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일찍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 큰 화를 막았다”며 “줄기세포 치료 후 무릎 통증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씨가 받은 줄기세포 치료는 자신의 몸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손상된 관절 내 연골을 재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관절내시경, 절개 범위 최소화

과거에는 연골이 손상될 경우 뼈에 구멍을 뚫은 후 골수세포로 병변을 덮는 원리의 ‘미세천공술’이나 손상된 연골 부위에 자신의 연골을 이식하는 ‘자가골연골이식술’, 연골세포를 떼어내 체외에서 배양시켜 다시 무릎에 이식하는 ‘자가연골세포배양이식술’ 등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 치료법들은 피부를 절개한 뒤 연골을 직접 이식해 절개 범위가 5~7㎝로 큰 탓에 최근에는 관절내시경을 사용해 절개 범위가 1㎝에 불과한 줄기세포 치료가 환자들의 구세주로 주목받고 있다.

환자의 원래 연골에 비해 내구성이 약한 한계도 극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줄기세포 치료는 환자가 본래 갖고 있던 연골과 가장 비슷하게 재생되도록 돕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 병원장은 “지방에는 연골로 분화할 수 있는 중간엽 줄기세포가 풍부할 뿐 아니라 채취하는 시간도 짧다”며 “무릎 관절 내 연골 부위에 지방 줄기세포를 주입한 후 6개월 정도 지나면 MRI로 확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발목 관절염도 효과적인 치료

줄기세포 치료는 발목 관절염에도 효과가 좋다.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 연구팀은 2008년 5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50세 이상 발목 골연골병변 환자 65명에 대해 비교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환자들에게 ‘관절경적 미세천공술’과 ‘관절경하 미세천공술’을 시술한 후 줄기세포 주사를 놓았다. 이후 임상적 결과를 파악하기 위해 통증 지수, 미국 족부족관절학회 기능 지수, 환자 활동도 지수를 측정했다. 그 결과 관절경하 미세천공술 후 줄기세포 주사를 맞은 환자가 더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이 오는 5월 미국 의합협회지 ‘아메리칸 저널 오브 스포츠 메디슨(The American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게재될 예정이다. 김용상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 소장은 “발목 거골에 발생한 골연골병변에 대해 관절경하 미세 천공술을 시행할 경우 50세 이상인 환자 가운데 병변의 크기가 크거나 연골하 낭종이 있는 경우에는 줄기세포 치료를 함께 시행하는 게 치료에 보다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연세사랑병원은 자체 ‘세포치료연구소’를 설립, 석·박사 출신의 연구진을 중심으로 줄기세포에 의한 관절 연골 재생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세포치료연구소의 시설 등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오산당병원을 인수, 확장하면서 연구시설을 한층 늘렸다. 이런 노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고 병원장은 2월28일부터 3월2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정형외과 전문병원 ‘Quill병원’을 방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향후 Quill병원에 줄기세포 치료 연구 성과 등을 적극 전수하는 협약이다. 고용곤 병원장은 “관절 연골 재생의 줄기세포 치료는 이미 여러 환자들을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됐다”며 “세포치료연구소는 앞으로도 더 나은 줄기세포 치료 성과를 거두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혁/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