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 프로 신설, '뉴스라인' 시간 이동 등에 내부 반발
KBS 홍보실 "특정인 미화 위한 프로 편성 의혹은 왜곡"

오는 4월 8일로 예정된 봄철 프로그램 개편을 앞두고 KBS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현대사 프로그램 신설, '뉴스라인' 시간대 이동, '환경·역사·과학·KBS 스페셜' 통합 등을 앞두고 담당 기자·PD는 물론 KBS 노동조합(KBS 1노조)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 새노조) 등 내부 구성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
논란의 중심은 KBS 1TV가 토요일 오후 8시에 계획 중인 현대사 프로그램 '그때 그 순간'(가제). 과거 이슈와 생활상을 복원한 다큐멘터리 드라마다.

그러나 KBS 구성원들은 이 프로그램이 일반적인 역사 프로그램과는 달리 비밀리에 외주 제작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KBS PD 58명은 이미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현대사처럼 민감한 문제를 외주 제작사에 맡기겠다는 것은 공영방송 본연의 의무를 저버리겠다는 것"이라며 "정권의 가치관을 담은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방송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된다"고 중단을 촉구했다.

KBS 양대 노조도 19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개편을 "졸속"이라고 규정짓고, 개편안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새노조는 "윤이상, 새마을 운동, 육영수 여사 피습 등 논란 가능성이 큰 아이템들이 다수 확인됐다"며 "'10월 유신'은 경제 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처럼 포장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BS 홍보실은 "특정인을 미화하고자 정규 프로그램을 편성한다는 의혹 제기는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며 "학계 인사로 구성된 자문단 운영도 검토 중"이라고 반박했다.

평일 밤 11시에서 11시30분으로 시간대가 옮겨가는 1TV '뉴스라인'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KBS는 '뉴스라인'을 30분 늦추고 방송 시간도 기존 40분에서 30분으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자정에는 'KBS 월드뉴스'가 이어진다.

KBS 기자협회와 양대 노조는 이를 사실상 '뉴스라인'의 폐지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기자협회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11시30분 '뉴스라인'은 있을 수 없다"며 "뉴스 시간대를 옮겨서 입는 손해를 충분히 대체할 만한 편익과 보상이 합리적으로 설명돼야 한다"고 사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KBS 편성국은 "'뉴스라인'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 하락하더라도 교양 프로그램의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1TV의 전반적인 채널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환경·과학·역사·KBS 스페셜'은 목·금요일 밤 10시 'KBS 다큐 1'로, '즐거운 책읽기'·'TV 미술관' 등 심야 교양 프로그램은 일요일 밤 프로그램으로 통합된다.

이에 대해 KBS PD들은 개별 프로그램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KBS 홍보실은 "다큐멘터리가 세분화되면서 소재가 제한되고, 인력 운영과 제작비 충원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개편 배경을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