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후쿠시마 제1원전) 사람들은 대부분 사명감이 있다.자기 힘이 얼마나 보탬이 될진 몰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한다."

전 세계인에게 '가장 머물기 싫은 곳'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다면 2년 전 최악의 방사능 유출 사고가 난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그곳에서 매일 평균 3천여명의 근로자가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고, 냄새조차 나지 않는 방사능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J빌리지(옛 축구대표팀 훈련캠프)에서 6일 취재진과 만난 고바야시 히로시게(小林弘茂·45) 가지마(鹿島) 건설 공사과장도 그 중 한 명이다.

근처만 가도 서울의 평소 대기 중 방사성 물질 양의 약 1만배인 1천μ㏜(마이크로시버트)가 측정되는 원자로(제3호기) 내 건물 잔해를 원격 조종을 통해 처리하는 작업이 고바야시 씨의 업무다.

그는 두둑한 위험수당만으로 이해되지 않는 그 무엇인가를 '사명감'이라는 단어로 정리했다.

그것은 일본인 특유의 공동체 의식, 소속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충성심 등과 연결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재작년 원전사고 직후부터 현장에서 근무해온 고바야시 씨는 사고 수습 초기 원자로 냉각에 필요한 물을 날랐던 기억을 떠올리며 "우리가 운반하는 물이 기껏 얼마나 될지 알지 못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이 일'이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고 소개했다.

'방사능 공포'에 대해 그는 "처음엔 두려움이 컸지만 일정한 통제 속에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상상만큼 위험하진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기 위해 자주 동료들과 대화하며 안전 의식을 고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히타치(日立) 플랜트테크놀로지에서 일하는 히라야마 준(平山淳·43)씨는 제4호기 원자로 건물 내부의 핵연료봉을 건물 밖 저장 수조로 안전하게 빼내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나 스스로 이 일을 택했으며, 인센티브가 없어도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이바라키(茨城)현 출신인 그는 지진 전부터 후쿠시마현에서 일하게끔 예정돼 있었고, 지진이 일어난 후에도 계속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소개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