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단란한 가족사진(사진),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신라 토기 투각잔, 전성기의 고려 상감청자인 ‘모란문표형주전자’, 조선시대 서예가 한석봉의 서첩 등 희귀한 고미술품과 문화재들이 경매에 나온다.

고미술 전문 경매업체 아이옥션(대표 공창규)이 오는 12일 서울 경운동 본사에서 여는 제20회 봄철 메이저 경매에는 도자기·토기 77점을 비롯해 민속품 32점, 고서화 82점, 근·현대미술품 23점 등 모두 214점이 경매에 부쳐진다. 추정가 1000만원 이하 작품이 197점으로 시장 침체를 반영해 중저가 작품으로 기존의 컬렉터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눈길을 끄는 작품은 추정가 2억원에 출품되는 고려시대 청자 모란문표형주전자. 높이 25㎝ 크기의 이 도자기는 고려청자 상감기법을 사용한 데다 모란과 용 문양을 잘 살려냈다. 뚜껑은 조롱박 꼭지 모양으로 병마개처럼 만들어졌다. 비교적 색상이 뛰어나고 보존 상태도 양호한 편이다.

신라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 ‘투각잔’의 추정가는 4500만~6500만원. 10cm 높이의 이 토기는 전체를 삼등분해 바깥쪽을 창살 모형으로 새긴 뒤 안에 잔을 만든 독특한 술잔이다. 선을 따라 음각한 꽃무늬가 점점이 새겨져 있는 게 특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960년대 초등학생 시절 가족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100만~200만원)을 비롯해 한석봉의 묵서(1200만~2000만원), 오원 장승업의 기명절지도 6폭 병풍(3500만~5000만원), 신위 자하의 묵죽도 8폭 병풍(550만~800만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예(150만~250만원) 등도 비교적 싼 가격에 나온다.

공창규 대표는 “고미술 시장이 장기 불황을 거치면서 작품 가격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선조들의 얼과 멋이 담긴 작품을 싸게 소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프리뷰는 11일까지 경운동 아이옥션 경매장. (02)733-643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