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프로농구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농구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축구와 야구, 배구 등 다른 프로 스포츠들이 승부조작으로 차례로 홍역을 치르는 가운데에도 농구만은 파문에서 비켜나 있던 터라 그 강도는 더 컸다.

프로농구 승부 조작은 4일 현직 프로팀 사령탑인 K 감독이 2년 전 C씨(구속)로부터 3천만여만원을 전달받고 선수 교체를 통해 경기 흐름을 좌우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프로농구에서는 그동안 신인 드래프트를 의식한 '져주기' 논란은 있었지만 금품을 둘러싸고 승부조작 파문이 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K 감독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축구와 야구, 배구, 농구 등 국내 4대 프로 스포츠에서 감독이 직접 승부조작을 시도한 첫 사례가 된다.

그런 만큼 현직 프로농구팀 사령탑들의 반응은 충격과 침통 그 자체였다.

특히 K 감독과 친분이 두터운 A 감독과 B 감독은 "그럴 리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A 감독은 "K 감독이 뭐가 아쉬운 게 있어서 그런 일을 저질렀겠느냐"며 "평소 성격도 여리고 여러모로 승부조작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옹호했다.

비슷한 승부조작 제안을 받거나 농구계에서 관련 소문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A 감독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그런 제안을 받은 적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며 "K 감독 문제를 잘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그런 근거 없는 이야기를 퍼뜨리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 감독도 "언론 보도를 통해 K 감독이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충격이 크다"며 "전혀 그럴만한 사람이 아닌데 그렇다고 어떻게 대변해 줄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라며 믿기지 않아 했다.

그는 또 "사건이 불거진 뒤 K 감독과 따로 통화하지는 못하고 다른 쪽으로 상황을 알아보는 중인데 뭔가 잘못 엮인 게 아닌가 싶다"며 "감독이나 선수가 돈을 받고 승부조작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혹시라도 내가 미리 알았다면 K 감독을 호되게 질책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다른 프로팀의 C 감독은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말 부끄럽고 잘못된 일"이라고 침통해 했다.

C 감독은 "몇년 전 현역선수가 자신이 출전한 경기의 스포츠토토를 사서 파문이 인 적은 있지만 프로팀 감독이 승부조작에 관여하거나 제안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없었는데 이런 일이 불거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