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 13위인 쌍용건설이 2004년 10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한 이후 8년여 만에 또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채권단은 26일 금융감독원 주재 아래 부행장급 회의를 가졌다. 채권단은 일단 급한 불을 끄려면 워크아웃을 수용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지만, 추가 자금 지원 여부는 실사 후 결정하기로 했다. 실사에는 최소한 2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추가 자금 지원 여부는 빨라야 4월 말에나 확정될 전망이다. 이때까지 쌍용건설은 추가 지원 없이 버텨야 한다.

건설업계는 쌍용건설이 진행 중인 7조6000억원 규모의 120여개 국내외 건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워크아웃 수용…자금 지원엔 이견

쌍용건설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달 말 돌아오는 600억원의 채권을 결제할 수 없어서다. 채권단은 내달 4일 채권단협의회를 소집해 금융회사별 의결권을 정하고, 워크아웃 동의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채권액 기준 75% 이상이 찬성하면 워크아웃이 개시된다. 채권단은 이날 금융감독원이 긴급 소집한 쌍용건설 대책 회의에서 워크아웃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워크아웃 외엔 방법이 없다는 데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쌍용건설이 부도 처리될 경우 채권단의 대규모 손실이 확정되는 부담이 더 커서다.

그러나 쌍용건설 회생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채권단은 이날 회의에서 추가 자금지원은 쌍용건설에 대한 정밀 실사 후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아무리 서둘러도 워크아웃 개시 결정과 쌍용건설 해외사업장 실사 등에 2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실사가 끝나야 돈을 줄지 여부를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대주주였던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실사한 결과가 있지만 채권단은 이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캠코와 새로 주주가 되는 채권단 간 갈등도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막는 요인이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작년 10월 지원한 1300억원도 못 받았는데 추가로 돈을 더 넣으라면 누가 하겠느냐”며 “대주주였던 캠코가 추가로 쌍용건설 기업어음(CP) 등을 매입하는 식으로 책임을 분담해야 자금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감자 및 출자전환도 문제다. 채권단 중 일부는 캠코가 부실채권정리기금 종료에 따라 넘긴 쌍용건설 주식을 받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실사 결과에 따라 감자한 뒤 출자전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주식을 받으면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협력업체 연쇄도산 우려

쌍용건설은 운영자금이 고갈됐기 때문에 유상증자 등을 통해 추가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자금 지원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1400여개 협력업체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쌍용건설은 이달 말 하도급업체에 지급해야 할 B2B 전자어음(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약 300억원을 연체시킬 방침이다.

한편 지난 21일 캠코 등을 중심으로 한 경영평가위원회에서 해임결의안을 통보받은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의 거취는 오는 3월 말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2년 연속 적자를 낸 책임을 물어 김 회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이들이 많지만 김 회장이 있는 게 회생에 도움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이상은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