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무책임한 언행 반복'…지위에 따른 책임 물어
최태원·정두언 등 최근 주요재판서 법정구속 잇따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법원이 예상보다 무거운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까지 한 것은 그만큼 그의 발언이 경솔하고 무책임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는 20일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청장에게 "경솔하게 허위 내용을 유포하고 법정에서도 무책임한 언행을 반복했다"며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곧바로 법정구속을 집행했다.

◇사과없이 의혹만 부풀려' = 이 판사는 우선 조 전 청장이 재판 과정에서 내세운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사는 20여분간 양형이유를 설명하는 동안 거의 모든 시간을 조 전 청장의 잘못을 지적하는 데 할애했다.

이 판사는 먼저 "피고인은 당시 개인이 아니라 (경찰)청장이었다"면서 일반인이 전직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것과 그의 발언은 차원이 다른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진정으로 언급한 사실이 허위가 아니라면 말한 사람으로서 근거를 밝히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고, 만약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면 허위를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또 "근거를 밝히지 않고 강연 전에 믿을만한 사람한테 들었다고만 하는 것은 허위사실 공표보다 더 나쁜 행위"라고 꾸짖기고 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이 막중한 책임이 있는 직책에서 경솔하게 허위 내용을 유포하고, 여전히 영향력 있는 지위를 망각하고 법정에서도 침소봉대하면서 무책임한 언행을 반복했다"고 꼬집었다.

즉, 조 전 청장이 논란이 벌어진 이후 최초 발언의 출처를 밝히기는커녕 오히려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상황을 지속적으로 악화시켰다는 판단이다.

이 판사는 말미에 조 전 청장이 강의안 없이 우발적으로 발언한 것이고 그에게 별다른 전과가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했지만, 법정구속의 예외사유로 삼지는 않았다.

◇주요 재판서 법정구속 빈발 이유는 = 불구속 재판이 확대되면서 1심에서 실형이 나오면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나 범행의 경중을 막론하고 법정구속을 집행하는 것이 이제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태원(53) SK그룹 회장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두언(56) 새누리당 의원도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작년 7월 가수 타블로의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해 논란을 빚은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이하 타진요)' 카페 회원 3명에게도 법원이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조 전 청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이성호(46.연수원 27기) 판사는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으로 지난 2001년 배우 윤유선(44)씨와 결혼해 화제를 낳은 바 있다.

윤씨는 작년 9월 서울중앙지법이 마련한 법문화축제 행사에 자리하기도 했다.

앞서 이 판사는 작년 8월 성추행 사건으로 실형이 확정된 고려대 의대생 배모(26)씨의 모친 서모(52)씨에 대해 피해 여학생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명예훼손)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