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여개 방사청에 등록…"에이전트와 계약말라" 지침

외국산 무기와 부품을 국내 방산업체가 수입하는 데 관여하는 무기중개업체들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가 독일 전차 엔진 제작사와 국내업체를 중개한 U사의 고문을 맡은 전력이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독일 제작사인 MTU사가 국내 방산업체와 전차 엔진 계약을 하는 데 도움을 준 일종의 '심부름센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내정자는 K2 전차 파워팩(엔진+변속기) 수입에 대해 자문한 적이 없고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18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외국산 완성품 무기 또는 무기 부품의 국내 수입을 대행하거나 관여하는 700여개의 무기중개업체(일부는 무역중개업체로 등록)가 방사청에 등록돼 있다.

이들 업체는 국내 에이전트로 불리기도 한다.

김 내정자가 고문으로 있던 업체는 매출 기준으로 7위 정도의 업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잘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는 업무 특성상 정확한 거래실적 통계자료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1∼10위를 차지하는 에이전트들의 최근 5년간 거래실적이 3조 1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전체 에이전트의 96%를 차지하는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실적이 2조 원이 넘는 A업체는 2008년 F-X 2차 사업에서 보잉의 F-15K가 도입되면서 업계를 평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방사청은 중개업체와 계약하지 않는다"면서 "U사의 경우에도 독일 MTU사에서 중개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방사청은 "파워팩 사업 초기부터 MTU사의 국내 무역대리점인 U사가 협상 및 계약에서 배제되도록 국내 체계업체에 요구했다"면서 "U사가 협상 및 계약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확인 공문을 국내 업체들로부터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에이전트들의 과당 경쟁을 막고 불법적인 로비스트 활동을 근절하기 위해 국내 방산업체에 "에이전트와 계약을 하지 말라"는 지침을 하달해 둔 상태다.

특히 방산업체 대표들에게 에이전트를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확약서는 서류상의 업무지침일 뿐 컨설팅 등의 명목으로 무기도입 사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억제 장치는 못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국내 에이전트들은 자신들의 업무를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무기수입 중개업체의 활동이 한국에서 법적으로 인정받고 있는데도 무조건 '로비스트'나 '불량업자' 취급을 한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대북 영상·통신정보수집 정찰기 도입 과정에서 군 관계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여성 로비스트 린다 김 사건이 워낙 국민의 뇌리에 강하게 꽂혀 에이전트의 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