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전지방법원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하면서 화학적 거세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안병욱)는 지난 8일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 치료에 관한 법률’(일명 화학적 거세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화학적 거세가 본인 동의를 구하지 않고 법원의 명령에 따라 강제적으로 집행된다는 이유에서다. 대전지법 관계자는 “화학적 거세법이 자기결정권이나 신체를 훼손하지 않을 권리 등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화학적 거세는 성적 활동이나 성욕을 감퇴시킬 목적으로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이다. 16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에 대해 화학적 거세를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2011년 7월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3일 미성년자 성폭행범인 30대 남성에게 첫 화학적 거세 판결이 내려졌다. 다음달 부터는 피해자 연령에 상관 없이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법조계와 일부 인권단체는 본인의 동의 없는 강제적인 화학적 거세는 위헌 소지가 크다고 주장한다. 미국 덴마크 핀란드 등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는 국가 대부분이 당사자의 동의를 요구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약물 투여 기간에만 성욕이 감퇴할 뿐 범죄 재발 방지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많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성범죄의 경우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먼저라는 주장이다. 성범죄는 피해자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에 범죄자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화학적 거세가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맞짱토론은 신의진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오지원 경기지방변호사회 부회장이 화학적 거세 시행에 대해 각각 찬성과 반대 입장에서 펼친 주장과 논리를 소개한다.

강경민/정소람 기자 kkm1026@hankyung.com

찬성 전자발찌 등 보안처분 약해…'상처투성이' 피해자 생각해야

대전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안병욱)는 지난 8일 ‘화학적 거세가 기본권을 침해하고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없었다’며 헌법재판소에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4조 1항(검사의 약물치료 명령 청구)과 제8조 1항(법원의 치료명령 선고)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법원의 명령으로 화학적 거세를 강제적으로 집행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고 기본권을 침해하며, 화학적 거세 제도가 보호하고자 하는 이익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치료명령 피청구자가 입는 불이익을 등한시할 수는 없다’며 위헌법률 심판 제청의 이유를 밝혔다.

조두순 사건, 김길태 사건 등이 터질 때마다 성범죄의 처벌 수위를 점점 높여 나가지만 실제 성범죄는 나날이 증가하고, 흉폭화하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이 심각하다. 그래서 성범죄의 형량을 대폭 올리는 것뿐 아니라 전자발찌, 신상정보 공개, 성충동 약물치료를 통해 출옥 후 다시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재발 방지 방안도 강해졌다. 하지만 이런 보안 처분의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있으며, 이미 형을 다 마친 상태에서 성범죄자의 자유를 지나치게 구속하고 인격을 침해하는 것은 오히려 사회 적응과 재활 차원에서 방해가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런 시점에 대전지법에서 성충동 약물치료에 대해 위헌 여부를 제기하는 것은 법리적 차원에서 본다면 일견 이해가는 면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성범죄를 예방하고 근절해 다시는 성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또 성폭력으로 몸과 마음의 상처가 깊은 피해자를 위로하고, 그 고통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것이 앞서야 하는 가치이다.

가해자 동의? 현장과 동떨어져…약물치료 연구 앞당겨야

이런 관점에서 성범죄자를 다룰 때는 판결을 담당하는 재판부의 법리적 시각 외에 피해자의 인권, 성범죄 예방과 재발 방지, 사회적 약자 보호 등 모든 측면을 고려할 수 있는 시각을 가져야 합리성과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다. 성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이번에 위헌법률 심판을 청구한 재판부의 주장을 과연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나는 그렇게 처참하게 당했는데, 가해자가 동의하지 않고, 그 효과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변태적인 성(性)적 습벽이 교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사회에 다시 나온다면 얼마나 불안하고 분노가 치밀까. 따라서 재판부가 주장하는 성범죄자의 인권보호, 보안 처분의 효과성을 입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범죄 척결·처리·예방을 위해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재판부는 가해자의 기본권 침해와 불이익을 거론할 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고통과 인권, 생명권 침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가해자의 인권은 피해자의 인권과 동시에 놓고 논해야 합리적이다. 또 재발 위험성이 높은 성범죄자가 형기 만료 후 제대로 된 보안 처분 없이 세상에 나왔을 때 또다시 성범죄를 저질러 무고한 여성, 어린이에게 고통을 주고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가해자에게 돌아가는 기본권 침해에 대한 불이익은 감히 비교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적다고 본다.

둘째, 재판부는 성충동 약물치료를 할 때 가해자의 동의 여부가 중요하다고 봤다. 옳은 지적이다. 무슨 치료든지 본인 동의 없이 억지로 이뤄진다면 그 효과는 당연히 떨어진다. 하지만 성범죄자를 한 번이라도 치료해본 경험이 있는 전문가라면 초기에 성충동 약물치료에 동의를 받자는 의견이 얼마나 상황을 모르고 하는 주장인지 알 것이다. 실제 성범죄자가 재판을 받을 당시 순순히 자신의 성충동을 치료로 줄이고 싶다고 동의하는 심리 상태라면 재범을 저지를 위험이 거의 없는 사람일 것이므로 오히려 치료가 필요없다.

성범죄를 지속적으로 저지르는 사람의 심리에는 ‘술 때문에’, ‘그 여자가 유혹해서’와 같이 자신의 비뚤어진 욕망을 부정하고 남 탓이나 상황 탓을 하는 병적인 부분이 강하다. 이런 점 때문에 성충동 약물치료를 할 때 반드시 심리치료를 함께 하도록 현행법에 명시돼 있으며, 1년 치료비는 500만원 정도의 고비용으로 추정하고 있다.

혹자는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고가의 치료비를 들여서 치료해주는 것이 못마땅하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재범죄에 의해 희생당하는 피해자의 고통과 사회적 불안을 생각하면 결코 비싸지 않다고 생각한다.

셋째, 성충동 약물치료의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재판부의 주장도 일부는 옳고 일부는 틀리다고 본다. 물론 한국의 성범죄자들에게 성충동 약물치료를 해서 재범률이 얼마나 감소하는지, 장기 부작용은 없는지를 면밀하게 연구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성범죄자에게 성충동 약물치료를 허락하는 법률 없이는 이런 연구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런 법이 있어야 성충동 억제 약물 투여에 관한 연구를 시작할 수 있음을 과연 사법부는 모른다는 것인가. 화학적 거세법이 위헌이라면서 부작용에 대한 연구를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심리치료 병행시 재범률 낮춰…전문가 협조 유형별 관리 필요

넷째,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성범죄자를 관리할 때 개개인의 특성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시각이 거의 없다. 사실 성범죄자는 굉장히 다양한 군이다. 즉 친딸만 성폭행하는 자, 어린이만 성폭행하는 자, 강도죄와 함께 성폭력을 행사하는 자 등 그 범행 동기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이들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으로 분류해 유형별로 관리해야 재범률을 제대로 감소시킬 수 있다. 필자가 오래 전부터 성범죄자의 과학적 관리를 주장해왔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기회로 수사, 재판 과정에서부터 철저히 전문가의 협조를 얻어 성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재판 과정에 반영, 그 범죄자에게 효과적인 보안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제도를 꼭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범죄는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대표적인 범죄다. 재판부가 성범죄자의 성충동을 약물치료로 조절하는 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시점에서 이런 논란이 없어지도록 성범죄자를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우리 사회에 꼭 마련되기 바란다. 이런 노력이 진정으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하는 길이다.


반대 본인 동의 없으면 기본권 침해…사회 적응 시스템이 우선

1988년 초등학교 5학년 때 휴일에 친구와 학교에 놀러갔다가 운동장 뒤편에서 어떤 아저씨의 꼬임에 빠져 추행당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났다. 아직도 나와 같은 아이들이 피해를 호소하며 어른이 된 나를 찾아온다. 가슴이 아프고 한숨이 나온다. 최근 몇 년 사이 성폭력, 특히 아동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정말 높아졌고 덕분에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 고지 제도, 전자발찌 제도, 화학적 거세 제도 등 많은 제도가 도입돼 시행 중이다.

화학적 거세는 여러 제도 중 가장 늦게 입법화된 제도다. 나는 화학적 거세 제도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지 않지만 현행법상의 화학적 거세는 비판한다. 화학적 거세는 2010년 6월 김수철이 학교 운동장에서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사건이 터지면서 국회에서 입법 논의를 빠르게 진행해 2010년 6월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 치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도입되었다.

불과 한 달 만에 법률이 뚝딱 만들어지면서 당초 입법 단계에서 화학적 거세 시행 요건으로 삼았던 ‘당사자 동의’ 조항이 빠졌다. 결국 현행법상 화학적 거세는 피해자의 연령 제한이나 범죄자의 재범 여부와 관계 없이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성도착증 진단, 재범의 위험성만 인정되면 가능하다. 이는 미국의 여러 주와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체코 등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는 나라 대부분이 당사자 동의를 요건으로 하고 있는 것과 차이점이다. 그런데 당사자 동의 요건은 피고인의 인권이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주사만 놓는 현행법 문제…치료 전제로 해야 교화 가능

화학적 거세는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억제하는 호르몬을 주사하는, 기본적으로 치료를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치료는 치료를 받는 사람의 자발적 동기가 없으면 효과를 나타내기 어렵다. 외국에서 화학적 거세가 재범률을 낮췄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그런 연구는 범죄자가 정말 변화하고 싶다는 자발적인 동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치료 및 병행 심리치료, 보호관찰에 응했던 경우였다. 실제 캐나다에서 화학적 거세 처벌을 받은 한 남성은 적극적인 의지와 지속적인 보호관찰 아래 5년 동안 치료하고 치유 판정을 받았다. 그는 이후 여자친구를 사귀는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만약 강제로 약물치료를 받았다면 심적 저항감으로 인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당사자 동의를 요건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반론은 이렇다. 어떤 범죄자가 자발적으로 동의하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동의를 안 할 것이므로 치료 효과 등을 고려하지 않고 강제로 해 버리자는 것은 지나치게 쉬운 발상이다. 필자가 실제 교도소를 방문해 성폭력 가해자 재범 방지 교육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그들은 변할 수 없는, 영구불변의 괴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들이 두려웠지만 그들도 사람이고 진정 변화 의지를 보이는 재소자들도 적지 않다. 그들은 출소 이후 정말 새로운 삶을 살기 원한다. 하지만 신상이 공개되고 성폭력 전과자라는 것이 이웃에게 알려진 상황 또는 전자발찌를 찬 상황에서 과연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지 걱정스럽고, 또 적응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면 어쩌나 두렵다고들 말한다. 우리는 사실 재범의 위험성이 있으면서 동시에 재사회화 가능성도 있는 양면의 그들을 그저 가두기만 한 채 방치해 왔다.

최근 들어서야 40시간, 80시간의 1~2주 교육을 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봐야 그들의 5년, 10년, 15년의 긴 구금 기간 중 성폭력 재범 방지 교육은 잠깐에 불과하다. 이를 시정해 길고 긴 구금 기간을 범죄자들을 관찰하고 실제 교화·개선해 재범을 막을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금처럼 단순히 범죄자의 답변 내용을 바탕으로 한 진단이 아닌 객관적인 검사(예를 들면 아이의 사진을 보여주고 발기가 되는지, 심리 반응에 이상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를 통해 성도착증 여부를 판단하고 지속적으로 교육, 상담, 인지행동 치료 등을 시행하면서 재범 위험성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성도착증으로 진단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주지시키고 개별 상담, 인지행동 치료 등을 병행해 스스로를 보다 정직하게 들여다보게 하고, 출소 후 화학적 거세에 대한 자발적인 동의를 이끌어내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재범 방지는 ‘감옥 안’에서는 준비과정을 마치고 ‘사회 안’에서는 결과가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교도소는 재소자를 교육하면서 관찰한 내용, 재범 위험성 관련 정보를 집적해 출소자나 우범자 관리를 하는 보호관찰소 및 경찰과 반드시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만 보호관찰소와 경찰에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으로 출소자를 감시·관리하며 재사회화 및 재범 방지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경찰·보호관찰소 협동해 우범자 지속 관리해야

서진환은 칼을 들고 여성을 강간해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만 4회 있었고 매번 출소 후 1년 또는 2년 내 재범을 저지르는, 패턴이 뚜렷한 전형적인 성폭력 범죄 고위험군이었다. 그리고 출소 전 교도소 내에서도 대놓고 전자발찌에 대해 반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가 출소하는 과정에서 범죄 예방을 책임지는 경찰과 보호관찰소는 그런 정보를 인계받는 시스템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았고, 전과 자료조차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다. 그래서 경찰은 그를 절도범으로 알고 제대로 우범자 관리를 하지 않았다. 사실 외국에서도 전자발찌 제도는 전자발찌 하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밀착형 보호관찰이 병행돼야 효과를 발휘하는 제도다.

화학적 거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외국에서 입증된 화학적 거세의 재범 방지 효과는 보호관찰과 심리치료 프로그램 병행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강제로 많은 비용을 들여 주사만 놓는 것 외에 별다른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게다가 화학적 거세가 효과가 있는 성도착증에 기인한 성폭력 범죄는 전체 성폭력 범죄 중에서 비중이 높지 않다. 사실 우리는 광범위한 성폭력 범죄자들의 특성 분석 연구도 행한 바 없다. 기껏해야 수십명, 수백명 상대의 부분적인 연구만 행해졌을 뿐이다. 이런 본질적인 접근을 하지 않은 채 강제로 주사만 놓을 수 있게 한다고 성폭력 범죄 전반을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쉬운 길은 더 힘든 결과만 낳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