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철 맞아 면담요청만 하루 수십명…인사청탁 근절 선언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다음달 정기인사를 앞두고 청탁 가능성을 막기 위해 업무와 무관한 내방객을 일절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3일 "문 교육감이 지난달 중순 간부회의에서 (정기인사가 마무리되는) 3월까지 업무 목적 외에는 사람을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말했다.

내달초 교장 및 교육전문직 정기인사를 앞두고 인사 대상자와의 면담을 통해 빚어질 수 있는 불필요한 잡음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인사철이 다가오면서 문 교육감 집무실에는 '선거 공신'을 자임하는 전ㆍ현직 교원들이 많게는 하루 수십명씩 찾아와 청탁성 면담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의 뇌물수수 사태 이후 주춤했던 인사청탁 관행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같은 우려를 일소하려는 듯 문 교육감은 지난 1일 월례조회에서 "선거캠프 인사들의 요구가 많다거나 논공행상식 인사를 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소문은 저와 서울교육청의 명예와 자존심을 훼손하는 걸로 받아들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사철을 앞두고 인사청탁은 확인하는 대로 불이익을 주리라 마음먹고 있다"며 청탁 근절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문 교육감의 이같은 의지가 알려지면서 선거에 일조했던 인사들 사이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교육계의 한 인사는 "선거에 기여한 교육계 원로조차 건의사항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이분들은 섭섭한 감정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내방객은 교육감과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자 비서실에서 고성을 지르는 등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문 교육감의 공정한 인사 의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더 많다.

시교육청의 한 실무자는 "과거 공 전 교육감 때까지만 해도 인사철만 되면 청탁이 공공연하게 이뤄져 무능력한 인사가 선호지역에 배치되곤 했다"며 "시대가 변한 만큼 이제 다시는 그런 폐단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 믿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