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참전 전우 매케인, 헤이글 비판 선봉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의 안보 수장으로 발탁된 척 헤이글 국방장관 지명자에 대한 상원 청문회에서 날 선 공방이 오가 인준 문턱을 넘는 게 수월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에서는 상원의원이 단 한 명이라도 각료 인준에 반대해 '유보(hold)' 조처를 해놓으면 대통령도 임명을 강행할 수 없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이자 전 상원의원(공화·네브래스카)인 헤이글 지명자는 31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인준 청문회에서 동료였던 공화당 의원에게 거친 대접을 받았다.

탕평 인사 차원에서 선택된 헤이글 지명자를 앞에 두고 공화당 의원들은 이라크전에 대한 태도를 비판하고 안보 관념이 순진해 빠졌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전에 함께 참전한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이 헤이글 지명자가 2007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이라크전 증파 결정에 반대한 점을 들어 그를 비판하는 선봉에 섰다.

매케인 의원은 헤이글 지명자에게 "당시 입장이 옳았는지 잘못됐는지 말하라"고 다그쳤다.

헤이글 지명자가 조용하게 그때 생각을 설명하려 하자 매케인 의원이 끼어들어 단답형으로 명쾌하게 답변하라고 추궁했다.

"역사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헤이글 지명자는 비켜나가려 했으나 매케인 의원은 역겹다는 투로 "역사는 이미 당시 결정에 판단을 내렸다.

당신은 잘못된 쪽을 편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이글 지명자도 지지 않으려는 듯 "이라크전에 병력을 더 투입해 1천200명의 목숨을 잃게 할 가치가 있었는지 불분명하다"고 반박해 청문회장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시리아 반군에 대한 무기 공급을 지지하는 매케인 의원은 시리아 사태 해법을 놓고도 헤이글 지명자를 몰아붙였다.

공화당 의원들은 베트남전에서 다쳐 훈장까지 받은 헤이글 지명자의 이스라엘 및 이란과 관련한 과거 성명과 투표를 두고 집중포화를 퍼붓기도 했다.

직설적인 발언으로 유명한 헤이글 지명자는 그동안 핵개발을 지속하는 이란 등에 대한 군사 행동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며 이스라엘이 인내심을 갖고 이란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그러나 이날 불가피한 경우라면 이란을 비롯한 적국에 군사 공격을 감행하는 것을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상원의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애쓰기도 했다.

헤이글 지명자는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면 군대의 총력을 사용하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국방력을 어떻게 동원할지는 더 현명하고 지혜롭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란 핵 프로그램을 저지해야 한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견해를 지지하고 수행할 것이며 외교적 노력이 실패한다면 목적 달성을 위해 군사력 동원도 하나의 선택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 했던 한 번의 투표나 하나의 발언, 하나의 성명으로 나와 내 신념과 내 경력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해 과거의 특정 언행으로 자신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대인 로비 그룹' 발언도 후회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헤이글 지명자는 지난 몇 주간 자신의 국방장관 지명을 반대해온 민주·공화당 의원들을 만나 이들을 설득하려 노력해 척 슈머(민주·뉴욕) 상원의원을 비롯한 몇 명을 지지 입장으로 돌려놨다.

반면 제임스 인호프(공화·오클라호마) 상원의원은 청문회에서 "그의 과거 언행을 보면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쇠퇴시키는 정책에 대한 변함없는 반대가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그의 안보 관점도 주류에서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전국위원회(RNC)도 이날 '척 헤이글은 국방장관으로 잘못된 선택이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백악관은 공화당 일각과 보수 언론의 가혹한 비판에도 그가 결국은 인준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인준을 받으면 헤이글 지명자는 베트남전 참전용사이자 사병 출신으로는 처음 국방부 장관이 된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