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다음달에는 전세 재계약을 해야 하는 가구들도 많아 집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개학을 앞둔 2월에는 전세 수요가 크게 증가해 전셋값 상승률도 높았다. 올해 서울에서는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겹쳐 전세난이 가중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월세 계약 1분기에 30% 몰려

29일 부동산 리서치업체인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는 11만1437가구가 전세 재계약을 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2년마다 재계약을 한다는 것을 감안해 2011년 전세 거래 건수를 바탕으로 추정한 수치다.

올해 서울의 전세 재계약 물량은 2~3월에 몰려 있는 게 특징이다. 월별로는 △1월 1만1250가구 △2월 1만1238가구 △3월 1만940가구 △4월 8946가구 △5월 8382가구 △6월 9094가구 등이다.

월세를 포함하면 재계약 가구는 더욱 늘어난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서울에서 다음달 재계약을 해야 하는 가구는 약 2만5000가구로 조사됐다. 월평균(약 2만가구)보다 5000가구가량 많은 수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서울에서는 전·월세 재계약 물량의 30%가 1분기에 몰린 만큼 다음달과 3월의 전셋값 상승세가 더울 가팔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2월에는 전셋값이 크게 오름세를 보여왔다. 1986년부터 지난해까지 27년간 국민은행이 분석한 ‘월별 평균 전셋값 변동률’에 따르면 2월에는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평균 2.1% 올랐다. 이어 3월 1.7%, 9월 1.5%, 1월 0.8%, 8월 0.7% 등의 순이었다.

서울의 2월 전셋값 상승률은 2.6%로 전국 평균보다 더 높았다. 9월에는 2.0% 올랐고, 3월에는 1.7% 상승했다.

◆수요는 느는데 입주 물량은 적어

올해는 가락시영, 잠원대림, 신반포1차 등 강남권의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가세해 전세난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또 잠원동 고덕동 등지의 재건축 단지에서도 계속 이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인근 단지의 전세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서울 강남 등지의 재건축 이주 여파까지 겹쳐 올 2월은 전세대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음달에는 개학을 앞두고 좋은 학군 주변으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봄철에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가 전셋집 찾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전세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 수요는 증가하는데 입주 물량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입주 예정 아파트는 1만8753가구로 지난해보다 4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2월에는 올해 입주 물량의 10%도 채 안 되는 1701가구만 입주할 예정이다.

전세난은 가중되지만 전세 수요가 매매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경기침체로 소비도 위축되는 마당에 생애 최대 소비인 주택 구입에 나서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