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출범 3주..`일하는 인수위' 평가 속 `불통' 논란

신구권력이 교체하는 현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출범이 27일로 꼭 3주를 맞았다.

통념의 인수위는 권력투쟁의 장(場)이다.

멀리 거슬로 올라가지않더라도 5년전 서울 삼청동 인수위는 이명박 정부를 만든 창업공신들간 파워 싸움으로 날이 새고 날이 지곤했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정권 창출의 최고 공신으로 꼽혔던 정두언 의원간 악연은 이미 인수위 조각을 둘러싼 힘겨루기에서 싹텄다는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하지만 이번 인수위는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실무형 인수위'를 표방하면서 권력투쟁은 커녕, 실세 측근들조차 저마다 인수위와 거리를 두려고 애쓰는 형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번 인수위는 철저히 정부의 업무를 인수받는 실무 차원의 모습을 띠고 있다.

부처별 업무보고가 대체로 무난하게 끝났고 정부조직개편안도 그다지 잡음없이 마무리됐다.

2월25일 새 정부 출범 전까지는 총리 후보로 지명된 김용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조각, 정부조직개편안의 국회 처리, 대통령 비서실 구성 등이 남아있는 상황인데 대체로 5년전에 비해서는 순조로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이번 인수위에서는 시종 '불통' 문제가 논란이 됐다.

보안을 중시하는 박 당선인 특유의 스타일이 인수위에서 벌어지는 각종 정치행위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위축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세' 사라지고 `일하는 인수위'로 = 18대 인수위가 얻은 첫 별명은 '학자 인수위'였다.

친박 실세그룹 등 정치인을 최대한 배제하고 대학교수, 해당 분야 전문가 위주로 꾸려졌기 때문이다.

과거 인수위가 호가호위하고 점령군처럼 비쳤던 이미지에서 탈피해 조용하고 실무적인 정권 인수인계를 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런 취지를 잘 드러낸 단적인 사례가 '명함 만들지 않기'이다.

인수위는 "업무보고 진행 시 낮은 자세를 유지하고 부처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자세를 견지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실제 인수위는 정부 부처로부터 실무적인 업무보고를 받았다.

보고 시간을 1~3시간으로 최소화하고 인수위 보고 형식도 실제적인 부분에 집중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역대 인수위와 비교할 때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도 초반에 "인수위가 점령군처럼 행동하지 않고 조용히 업무를 시작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실세 정치인에게 `줄 대기'를 하려고 인수위로 몰려드는 풍경도 과거에 비해 현격히 줄었다.

인수위 단계에선 '논공행상', '개국공신' 등의 말도 사라졌다.

박 당선인이 최근 `토론 방식'으로 분과별 업무보고를 받기 전까지 인수위를 거의 찾지 않고 `조용한 행보'를 보여온 것도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으로 꼽힌다.

5년 전 이명박 당시 당선인은 인수위 간사회의 등에 참석하는 등 종종 인수위에 나와 직접 업무 진척상황을 챙겼다.

자연히 이 당선인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이번 인수위는 5년 전 이명박 정부보다 발족이 열흘가량 늦었음에도 부처 업무보고, 정부조직개편안 마련 등 업무 추진 속도 면에서 역대 인수위보다 크게 뒤지지 않았다.

18대 인수위는 5년전 인수위와 마찬가지로 '휴일 없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학자 인수위' 출범 초기부터 우려됐던 정무감각 부족 등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인수위가 정치권과 전혀 대화하지 않은 탓에 "새누리당 지도부도 물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복지공약과 관련해 연 27조원에 달하는 재원마련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공약 수정은 없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는 것도 경직된 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수위원 `출근길 마중' 진풍경..불통 논란 계속 = 인수위는 지난 3주를 거치면서 `밀봉 인수위'라는 또 다른 별명을 얻었다.

인수위가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 지난 7일부터 3주째 매일 아침 8시 안팎이면 취재진이 속속 인수위 사무실이 있는 삼청동 금융연수원 별관 앞에 모여든다.

출근길 인수위원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박 당선인과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인수위 업무의 `철통 보안'을 강조하고 `함구령' `언론 개별접촉 금지령'을 내리면서 출범 직후 취재진이 인수위원과 만나기는커녕 전화로 대화하기조차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인수위 사무실의 출입은 금지됐으며 기자실은 150m가량 떨어진 별도의 건물에 차려졌다.

자연스레 인수위원을 만날 기회는 출근길, 점심때로 한정됐다.

하지만 1시간여를 기다려 인수위원들에게 듣는 답변은 3주 내내 "잘 모릅니다" "대변인에게 물어보세요" 정도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18대 인수위는 출범 직후 언론 창구를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으로 일원화했다.

"인수위는 새로운 정책을 생산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방침 아래, 역대 인수위가 새 정책을 쏟아내 정책적 혼선을 불러일으켰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의욕'만 앞섰던 역대 인수위 사례를 볼 때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소통'까지 생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인수위는 지난 11~17일 진행된 정부 업무보고에 대해 '노(No)브리핑' 방침을 밝혔다가 '국민의 알권리 침해' 등 지적이 쏟아지자 일부 내용을 공개키로 방침을 선회했다.

그러나 진 영 인수위 부위원장의 `제목 브리핑'이 또다른 비판을 낳았다.

역대 인수위는 부처별 업무보고 내용을 대체로 상세히 브리핑했으나 이번 인수위가 이와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과정상의 의견수렴 절차를 생략하고 결과만 공개하겠다는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울러 인수위가 `불통' 비판을 해소하고자 출범 13일 만에 진행한 인수위원 환담회도 `스탠딩' 형식으로 자유롭게 대화하는 형식을 취해놓고 구체적 현안에는 답을 피하다가 단 30분 만에 자리를 접어 `생색내기 간담회'에 그쳤다.

지난 13일 최대석 인수위원이 사퇴한 이후 그 배경을 둘러싸고 각종 설이 분분한데도 "일신상의 이유"라는 말 이외에 추가적인 설명을 일절 내놓지 않은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왔다.

또 정부조직개편안 등 주요 발표가 당일 공지를 거쳐 오후 4시에 행해지는 일이 되풀이되자 `오후 4시의 법칙'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언론사 마감 시간을 앞둔 발표로 비판ㆍ검증을 피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샀다.

현재 인수위 출입기자는 이명박 정부 인수위 때보다 250명이 늘어난 986명에 달하는데 인수위원 접촉은 역대로 가장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