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구역에 거주하는 세입자나 토지·주택 등의 소유자가 재개발사업에 동의하지 않고, 해당 재산을 현금으로 보상받은 ‘현금청산대상자’가 됐다 해도, 조합 측은 사업에 찬성하고 신축주택을 배정받은 조합원처럼 주거이전비와 이사비를 똑같이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 현금청산을 진행 중이거나 이미 마친 조합들에 최대 수십억원의 추가지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3일 부산 민락동 주택재개발 사업의 현금청산대상자인 이모씨 등 16명이 민락1구역 주택재개발조합을 상대로 낸 주거이전비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조합은 이모씨 등에게 각각 609만원씩의 주거이전비와 이사비를 지급하게 됐다.

이번 판결로 전국 상당수의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은 예상치 못했던 추가비용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거이전비 등을 받지 못한 채 현금청산을 받은 조합원들의 소송이 잇따를 수 있어서다. 또 부동산시장 침체와 추가부담금 증가 등을 이유로 조합원들이 신축아파트를 포기하고 현금청산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도 있다.

민락1구역의 경우 현금청산 조합원 1인당 평균 500만~600만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업장별로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의 추가지출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번 판결로 인해 지난 5년간 현금청산이 진행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현금청산 조합원들의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현금청산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형 건설사 영업팀 관계자도 “조합원 지위를 포기한 이들에게도 조합원과 동일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힘들다”며 “조합의 비용부담은 시공사에도 부담을 주기 때문에 시공 참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