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행보'로 역대 당선인과 차별화..`철통보안'에 소통부재 논란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된 지 18일로 꼭 한 달이 됐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과 달리 박 당선인은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는게 중평이다.

실무형의 대통령직인수위를 꾸리며 몸을 낮췄고 외부 공개활동 일정도 역대 당선인들에 비해 많이 잡지 않았다.

주변 인사들은 "취임일까지는 정권출범 준비기간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삼청동 인수위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서울 통의동에 마련된 집무실에도 매일 출근하는 것은 아니어서 조각 작업이 삼성동 자택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5년 전 이명박 당시 당선인이 매일 새벽부터 출근해 인수위 업무 진척상황을 직접 챙기며 활발한 대외활동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박 당선인측의 한 관계자는 "2월24일까지 임기 중에 있는 이명박 대통령, 대선에서 패배한 야당과 지지자들을 배려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권력의 속성을 어느 정치인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박 당선인은 이번 대선은 정권교체가 아닌 정권재창출이라는 인식에 따라 스스로 `점령군'으로 비치는 것을 자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낮은 행보' 속 어떤 메시지 던졌나 = 대선 승리 후에도 박 당선인의 화두는 민생과 경제민주화였다.

성탄절을 맞아 빈곤층이 밀집한 서울시내 민생현장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며 소외계층을 챙겼다.

박 당선인은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새해에는 편안하고 보람있게 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12월26일 기업인 면담서는 대기업에 앞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먼저 만났다.

박 당선인은 국내 경제기조를 대기업 수출 위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고 수출과 내수가 함께가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근혜노믹스'를 천명했다.

28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후 당선인측은 "민생예산을 강조했다"고 발표했다.

박 당선인측은 박 당선인이 대선기간 내세운 `민생대통령ㆍ민생정부'의 약속을 부각시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당선인은 2012년 마지막 날 국회 새누리당 의원총회 자리와, 미리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민생을 강조했다.

`희망의 새 시대'를 역설하며 시작한 2013년에는 외교행보에 탄력이 붙었다.

박 당선인은 1월 4일, 10일, 14일, 15일, 16일 외국특사 및 대표단을 접견했다.

6일 대통령직인수위 현판식에 이어 7일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정권인수인계 작업을 본격화했다.

경제위기 극복과 친(親)중소기업 의지가 두드러지며 `경제부흥', `손톱 밑 가시'가 키워드로 부상했다.

박 당선인은 이 회의에서 국민안전과 경제부흥을 국정운영의 두 중심축으로 제시했다.

나아가 "중소기업중앙회 분들이 계속 하는 얘기가 이런저런 정책보다는 손톱 끝에 박힌 가시 하나 빼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강조했다.

◇비공개 행보의 朴당선인 스타일..`불통ㆍ밀실' 논란도 = 박 당선인의 이 같은 `낮은 자세'에 대한 평가는 후한 편이다.

유용화 시사평론가는 1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낮은 자세나 실무형 측면에서 볼 때는 과거 이명박 대통령 때처럼 정책이 정제되지 않은 채 나온 것과 다르게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했다.

그러나 논란도 따랐다.

우선 인사스타일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공개 검증을 철저히 배제한 채 `철통보안'을 강조하는 그의 인사 스타일에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수위원을 임명할 때에도 `밀봉인사', `깜깜이 인사'라는 조어가 생겼다.

박 당선인이 집무실에 거의 출근하지 않은 채 자택이나 비공개 장소에서 측근 그룹과 협의하거나, 홀로 결정하는 식으로 인선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밀실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총리와 장관 인선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하라는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유 평론가는 "총리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으로 하면 정부 출범 이전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예측가능한 국정운영을 위해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시스템에 의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당선인측은 각료후보자의 면면을 낱낱이 여론의 검증대에 올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제기와 함께, 그런 과정을 거치고도 임명되지 않았을 경우 해당 인사는 결과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게되는 셈 아니냐고 항변하고 있다.

`철통보안'에 따른 소통 부재 논란도 있다.

인수위원에 대한 함구령이 대표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조용하고 낮은 것을 표방하는 것은 좋지만 국민과 소통하는 인수위가 돼야 한다"며 "최우선 권리는 국민의 알권리이며, 복지나 정부조직개편 등은 국가안위와 관련된 것이 아니어서 알권리가 먼저"라고 지적했다.

유 평론가도 "언론의 기능이 국민과의 소통이고 권력에 대한 비판인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고 불평불만의 대상, 귀찮은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언론기관을 실질적으로 무시해버린 현상이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중국에 특사를 가장 먼저 보내는 등 차별화된 외교 스타일도 논란거리다.

김 교수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미국 중심에서 중국 중심으로 현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것 같다"며 "한미동맹이 약화된다면 갈등은 아니어도 미묘한 관계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의 문을 두드려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전략을 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전통 우방인 미국이나 일본과의 관계가 딜레마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이준서 기자 min2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