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법원 "적법하지 않은 입양 유지 못해…난민센터가 거취 결정"

불법 입양 논란에 휩싸인 생후 7개월 된 한인 여아가 다시 미국 난민센터로 향하게 됐다.

14일(현지시간) 시카고 소재 미국 연방법원에서 열린 한인 여아 'SK'의 양육보호권 최종 심리 결과 밀튼 쉐이더(89) 판사는 현재 미국인 양부모 가정에 머무는 아기를 다시 난민재정착센터(ORR)로 보내라고 판결했다.

쉐이더 판사는 아기를 위한 최선의 이익이 최우선 가치가 돼야 함을 강조하면서도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법기관으로서 적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미국에 입국한 'SK'가 현상을 유지할 수는 없다"며 "향후 'SK' 거취는 ORR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이 재판은 한국에서 아기를 입양한 미국인 듀케 부부가 재닛 나폴리타노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했다.

시카고에 사는 듀케 부부는 지난해 6월 경남 통영의 한 미혼모자시설에서 생후 10일 된 'SK'를 데리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으나 미국 입국 과정에서 SK가 입양 이민 비자(IR3) 대신 비자면제프로그램(VWP)을 갖고 있는 점이 문제가 돼 이민세관단속국의 조사를 받았다.

국토안보부는 5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SK'를 듀케 부부로부터 격리시켜 ORR로 보낸 후 한국 정부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보건복지부는 미혼모의 아기인 'SK'는 입양특례법 대상인 '요보호 아동'으로 사적 입양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아기를 한국으로 송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듀케 부부는 소송을 제기했고 쉐이더 판사는 당시 일리노이 주법원으로부터 '후견인 자격'을 취득해 있던 듀케 부부에게 잠정적으로 아기를 돌려줄 것을 명령, 'SK'는 열흘 만에 다시 듀케 부부 품에 안겼다.

이후 한국 정부는 일리노이 주법원에 듀케 부부 후견인 자격 취소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 요구를 수용했다.

그러나 듀케 부부는 일리노이 가정법원에 새로운 입양 신청을 해둔 상태여서 미국 국토안보부와 한국 보건복지부 그리고 듀케 부부가 'SK'를 놓고 벌이는 법정 공방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쉐이더 판사가 'SK'에 대한 양육보호권 결정을 ORR에 이관하는 것으로 연방법원 소송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SK'가 당장 어디로 가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때문에 쉐이더 판사가 재판 종료를 선언한 후 법정에는 조용한 동요가 일었다.

국토안보부 소속 검사들과 한국 정부 측 변호인, 듀케 부부 변호인단은 물론 ORR 디렉터 조차도 "ORR이 언제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ORR은 'SK'를 위한 최선의 가정을 선정, 양육보호권을 주게 된다.

이 대상에는 듀케 부부도 포함되며 한국 보건복지부로부터 입양 권리를 부여받은 한국인도 ORR에 양육보호권을 신청할 수 있다.

한편 이날 법정에는 현지 유력 매체인 시카고 트리뷴과 ABC방송, CBS방송, WGN뉴스 등의 취재진이 몰려 이 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취재진은 한국 정부측 변론을 맡은 도널드 쉴러 변호사에게 "'SK'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인가", "한국 정부는 'SK'의 트라우마와 웰빙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을 두고 있나" 등의 질문 공세를 폈다.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chicagor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