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원대 현금을 보유한 200억원대 자산가인 김모씨(59·서울 도곡동)는 현금(cash) 보유 신봉자로 통한다. ‘넉넉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투자 기회가 왔을 때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다는 게 김씨의 지론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까지 떨어지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적용 대상도 연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확대되면서 현금 보유 매력이 떨어졌다고 판단, 부동산 투자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저금리·금융소득 종합과세 폭풍

강남부자들이 새해 벽두부터 투자 상품 변경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금리와 금융소득 종합과세 확대라는 변수가 등장한 까닭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정기예금 신규 취급액 중 연 2.99% 이하 금리를 적용받는 비중이 45.9%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초저금리 시절로 꼽히는 2010년(40%)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1억원을 예금해도 월 이자가 17만원가량에 불과해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손해라는 게 재테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적용 대상 기준이 낮아지면서 세(稅) 부담도 증가한다. 이 때문에 고액 자산가들이 금융에서 부동산으로 투자 방향을 돌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가 엄격하지 않은 데다 월세 수요는 늘고 있어 금융소득 과세 대상자 확대가 오피스텔과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도 작년 말 끝난 주택 취득세 추가 감면안을 재연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강북 도심, 홍대·이태원 관심


시중은행 부동산 PB들은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과 강북 4대문 안 도심 지역, 홍대와 이태원 등 문화 중심지 내 수익형 부동산을 투자처로 꼽았다. 수도권은 환매성이 낮다는 점에서 후순위로 밀렸다. 투자 수익률은 향후 시세차익(자본수익) 확대가 기대되는 강남은 연 5%, 임대수익이 중심인 강북 일대는 연 6% 수준을 제시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청계천 복원과 중국 등 아시아권 관광객 증가로 도심권 부동산의 자산가격과 임대료 상승폭이 가파르다”며 “비즈니스 호텔에 직접 투자하거나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지역의 상가 등에 대한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PB팀장은 “시세차익과 환금성 측면에서는 강남이 좋고, 투자 리스크는 이태원과 홍대가 적다”며 “자본수익 기대감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캡 레이트 꼼꼼하게 따져야


강남부자들은 최근 투자에 앞서 상업용 부동산 매각가를 평가하는 데 쓰이는 캡 레이트(cap rate·연간 최소 투자 기대이익률)를 따지는 추세다. 캡 레이트는 부동산에서 얻을 수 있는 연간 순수입을 순매입 가격으로 나눈 것으로 실제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연간 수익을 계산하는 지표다.

비전문가들이 얘기하는 수익률과 캡 레이트에는 차이가 있다. 보증금 15억원에 월세 800만원을 받고 있는 상가 건물을 예로 들어보자. 매매 가격은 31억원으로 보증금을 제외한 순수 매입 금액은 16억원이다.

중개업소들은 16억원을 투자해 연간 9600만원의 임대수익이 나오는 셈이니 투자수익률은 연간 6%에 달한다고 얘기한다.

캡 레이트를 적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선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발생하는 공실률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공실률이 6%라면 실제 월 임대수익은 월세(800만원)에 0.94를 곱한 752만원이다. 서울과 전국의 상업용 빌딩 공실률은 국토해양부가 매 분기(3개월)마다 집계해 발표하고 있다. 여기에 다시 상가 관리에 들어가는 운영 경비를 제외해야 한다. 수도·광열비와 수선·유지관리비 보험료 등 관리비용에 월 252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이를 통해 나오는 월 순수입은 500만원, 연간 순수입은 6000만원이다. 이를 순수 매입금인 16억원으로 나누면 이 상가 건물의 캡 레이트는 연 3.75%로 앞서 연간 투자수익률 6%보다 2%포인트 이상 감소한다. 정기예금 금리보다는 높지만 향후 자본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투자 여부를 신중하게 따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춘우 신한금융투자 투자자문부 연구위원은 “수익형 부동산의 임대수익률을 계산할 때 임대료 전부를 수익으로 간주하기 쉽지만 매달 발생하는 건물 관리비와 공실률 등을 꼼꼼하게 따져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