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의사결정 불가능 판단

불륜 현장을 남편에게 들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성의 유족에게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조윤신 부장판사)는 사망한 A씨의 남편이 한 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2억5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고인이 의식을 완전히 잃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술에 상당히 취해있었던 데다 극도의 수치심과 흥분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자살한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현행 상법은 보험 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해 생겼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06년 판례에서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 상법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이 같은 예외적인 판례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2011년 A씨는 동호회에서 만난 B씨와 술을 마신 후 차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다 사실혼 관계인 남편에게 현장을 들킨 직후 한강에 뛰어들어 사망했고, 남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