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0시 지나자마자…제일·차병원 경쟁하듯 '첫둥이'
뱀띠해 계사년(癸巳年) 새해가 힘차게 밝았다. 가장 먼저 2013년의 출발을 알린 것은 보신각 타종소리와 함께 경쟁하듯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들의 힘찬 울음소리였다.

서울 묵정동 제일병원에서는 시계침이 1일 0시0분을 통과하자마자 거의 동시에 3명의 아이 울음소리가 잇따라 울려퍼졌다. 황해미 씨(23), 최수진 씨(35), 김지민 씨(35)가 모두 자연분만으로 각각 2.94㎏의 딸, 2.99㎏의 아들, 3.29㎏의 딸을 순산하며 새해를 맞이한 것. 계사년 첫둥이를 안은 황씨의 남편 권오민 씨(23)는 “뱀은 지혜를 상징한다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태어난 아기가 사회에 보탬이 되는 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며 기뻐했다.

서울 역삼동 CHA의과학대 차병원에서는 한미사 씨(32·여)와 박연주 씨(31·여)가 새해 첫 아기를 출산한 주인공이 됐다. 한씨의 남편 신윤호 씨(34)는 “2013년 첫 아기를 낳아서 더욱 기쁘고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국내 양대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 자리잡아가는 제일병원과 차병원에서 경쟁하듯 신생아들이 세상으로 나왔다.

계사년 처음으로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은 중국인 첸이핑 씨(35·여). 첸씨는 중국 상하이를 출발해 자정을 막 넘긴 0시20분께 대한항공 KE896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대한항공은 ‘새해 첫 고객맞이 행사’를 열고 첸씨에게 중국 노선 프레스티지클래스 왕복항공권 2장과 인천 하얏트호텔 스위트룸 숙식권 1장을 축하 선물로 건냈다. 아시아나항공은 새해 첫 화물을 화물기 OZ987편으로 해외로 띄워보냈다. 이날 오전 1시30분에 인천공항을 떠난 화물기는 전자 및 정보기술(IT) 관련 화물 32t을 비롯해 칠레발 체리 14t, 미국발 대게 3t, 일본발 자동차부품 2t 등 총 60t의 화물을 싣고 오전 2시10분(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푸둥공항에 도착했다.

서울역에서는 오전 5시30분 KTX열차가 첫 운행을 시작했다.

부산 해운대 30만명, 강원 동해안에 48만명 인파가 운집하는 등 전국 각지의 해돋이 명소엔 새해 일출을 보며 소망을 기원하려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서울, 춘천 등 일부 지역에서는 눈이 내리는 궂은 날씨 탓에 해돋이 광경을 놓친 사람도 많았다. 서울에서 포항 호미곶까지 내려가 멋진 일출을 보는 데 성공한 김은정 씨(30·여)는 “태어나서 이렇게 바다에서 일출을 본 것은 처음이라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가장 먼저 첫해가 떠오른 곳은 독도로, 관측 시간은 오전 7시26분27초였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