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분쟁 여파로 '블루 X-마스' 분위기도

"산타할아버지,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선물을 가져오지 마세요.대신 집을 잃은 아이들에게 옷과 담요를 갖다 주세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 사는 소녀 킨다는 사람들이 전쟁을 멈추고 서로 사랑하게 해달라며 산타에게 보내는 이같은 소망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2년동안 수만명을 숨지게 한 내전은 시리아에 사는 기독교인들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확 바꿔놓았다.

친정부적인 기독교인들이 반군의 공격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발코니를 전등으로 장식하지도 않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심지도 않은 채 집안에 머무르고 있다고 AP·신화 통신은 전했다.

지난 14일 총기 난사 사건으로 어린이 20명과 교직원 등 26명이 숨진 미국 코네티컷주 뉴타운에도 가족과 친구를 잃은 슬픔에 이달 초 켜졌던 성탄절 장식 전등이 대부분 꺼졌다.

하지만 테디베어, 바비 인형, 축구공, 보드게임 등 이곳의 어린이들을 위로하려는 선물이 세계 각지에서 쏟아지고 있다.

22일 이 지역 어린이들을 모두 시청으로 초대해 선물을 골라 갖게 한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나선 바비 비치는 "이 선물들은 세계인이 자신의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라 생각한다"며 "나도 뭔가 돕고 싶어 나왔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인근 세인트 로즈 성당의 로버트 웨이스 몬시뇰은 "이 마을의 누군가는 크리스마스 아침 선물을 뜯을 그 특별한 아이가 없음을 느끼고 다시 한번 마음 아파할 것"이라면서 희망과 치유,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는 성탄 메시지를 남겼다.

총기 난사 사건과 재정절벽 우려, 북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의 여파로 미국 전역의 크리스마스 연휴 소비심리도 꽁꽁 얼어붙었다.

22일 뉴욕 인근의 가든스테이트플라자 쇼핑몰로 17개월된 손녀를 데리고 선물을 사러 나온 린다 피츠제럴드는 "성탄 분위기에 젖어들기가 쉽지 않다"며 지난해보다 선물 예산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이 연말 예상 매출을 줄이는 가운데 대형 판매상들은 쇼핑 열기를 살리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장난감 전문 매장인 토이저러스는 21일 오전부터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88시간을 계속 개장하기로 했으며 가든스테이트플라자의 매장들도 의류와 액세서리 등을 50~60% 할인판매하고 있다.

영국은 겨울철 폭우와 이에 따른 수백 건의 홍수 경고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기상청은 23~24일 남서부에 폭우가 계속될 것이라며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에 160건, 스코틀랜드에 31건의 홍수 경보를 발령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해마다 성탄절 연휴에 방문한 샌드링햄을 올해는 감기 때문에 못 갔다고 대변인이 밝혔다.

윌리엄 왕자 부부는 처가에서 성탄절을 보내고 샌드링햄으로 오기로 했고, 해리왕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복무 중이라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 필립공만이 다른 왕실 인사들과 함께 샌드링햄에 도착했다.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