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조직개편' 도마 위 오른 지경·국토·교과·검찰 '초긴장'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8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새 정부 조직개편 작업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할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 박 당선자가 내세운 공약에 따라 일부 부처 통·폐합 및 복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관가도 술렁이고 있다. 사상 초유의 상명하복 사태로 불협화음을 야기한 검찰도 초긴장 상태다.

○해수부 부활 초읽기

새 정부의 조직개편 중심에 서 있는 부처는 지식경제부다. 지경부는 이명박 정부 들어 옛 과학기술부의 산업기술 연구·개발(R&D) 부문과 옛 정보통신부의 정보기술(IT) 산업정책 부문을 흡수해 탄생했다. 박 당선자는 과학기술 정책 컨트롤타워(미래창조과학부) 설립과 정보·미디어 전담조직 신설을 예고하고 있어 지경부의 기능 약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IT 정책 기능이 분리되면 정통부 해체와 함께 지경부로 넘어온 연간 6000억원 규모의 정보통신진흥기금 운영권도 잃을 수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IT와 기존 산업의 융·복합이 활발히 일어나는 가운데 IT 산업정책 기능을 떼어낼 필요가 있는지 국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신설로 기초 과학기술 부문을 떼어낼 가능성이 있는 교육과학기술부는 반응이 엇갈린다. 옛 교육부 출신 공무원들은 “교육과 과학기술이 결합해 시너지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분리된다니 안타깝다”는 반응인 반면 옛 과기부 출신들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분리 독립에 대한 은근한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해양수산부 부활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해수부 부활로 조직이 축소되는 국토부는 ‘국토생활부’로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재정부-금융위도 몸살

[박근혜 시대] '조직개편' 도마 위 오른 지경·국토·교과·검찰 '초긴장'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도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금융정책·감독기관 분리 및 통합 방향이 관심이다. 박 당선자 측은 현행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에 재정부의 국제금융 부문을 합친 이른바 ‘금융부’를 만드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금융위를 확대 개편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당선자는 또 금융 건전성 감독 및 소비자 보호기구가 양립하는 ‘쌍봉형(twin peaks)’으로 금감원을 분리하는 쪽을 지지하고 있다. 금감원이 쪼개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금융위 공무원들이나 금감원 직원들은 감독체계 개편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내심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감원장 등 수장들도 “바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며 개편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재정부는 국제 금융정책을 분리해 금융부를 신설하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국고 관리와 국제금융이 거시정책의 핵심”이라며 “국제금융을 떼어내고 나면 거시정책을 펼 수 없다”고 말했다.

○힘 실리는 공정위

박 당선자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지원 확대를 앞세우고 있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와 보건복지부의 기능 확대가 점쳐진다. 우선 대형 유통업체 규제, 대기업 계열사 편법 지원 억제, 순환출자 규제 등 주요 경제민주화 이슈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공정위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이미 최근 가맹유통과를 가맹과와 유통과로 분리하고 5~6급 직원 9명을 충원한 상태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 공정위의 몸집 불리기가 가속화할 수 있다. 다만 박 당선자가 공약한 전속고발권 폐지는 고민거리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의 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공정위 내부에선 “전속고발권이 사라지면 공정위 위상이 오히려 쪼그라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복지 공약 확대로 위상 강화가 예상되는 보건복지부도 기대반, 우려반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에 대한 다양한 공약이 나왔지만 공약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재정적 뒷받침이 없다면 전담 부처가 곤혹스런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도 당면과제

개혁 1순위로 꼽혀온 검찰은 “검찰 개혁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검찰 일각에선 검사장급 절반 축소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급격한 개혁 방안을 내놓은 문재인 후보와 달리 박 당선자가 점진적인 개혁안을 공약으로 제시한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로펌 관계자는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는 수사를 할 수 있도록 검찰에 대한 구조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정태웅/김진수/장창민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