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 정부는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쓰는 것을 멈춰야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재정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과감한 경제개혁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세계 인구의 7%, 총생산의 25%를 차지하고 있지만 복지지출은 세계 전체의 50%에 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세계에서 가장 후한 복지 시스템과 국제 경쟁력을 동시에 유지하려면 더 열심히 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와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세제와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한정된 예산의 적절한 배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인구의 고령화로 복지지출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재정을 복지에만 쏟아부으면 연구·개발(R&D)에는 투자할 수 없게 돼 경쟁력을 잃어버릴 것이란 설명이다.

유럽이 옛 영광의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대부분의 유럽인들이 유럽이 과거처럼 강하고 세계의 본보기가 된다고 생각하는 점이 걱정된다며 중국, 인도, 일본, 브라질 등의 경제모델이 보다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것으로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옛 동독지역에서 성장한 메르켈 총리는 이어 “경쟁력 없는 경제체제로는 구성원들의 번영은 물론, 사회안정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동독과 다른 사회주의 체제에서 경험한 바 있다”고 말했다.

복지지출 삭감, 생산성 제고를 강조하는 메르켈의 이 같은 해법은 프랑스 등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지난 14일 EU 정상회의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모든 회원국들에 동일한 정책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했다. EU를 이끌어온 독일과 프랑스의 공조 체제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메르켈 총리는 “위기 해법에는 의견 차이가 있게 마련이지만 우리는 언제나 해법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메르켈·아웅산 수치, FT '올해의 여성' 선정

FT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했다. FT는 “지난 7년간 위기에 처한 유럽을 앞장서 이끌어온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유럽 위기의 획기적인 해법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원칙을 지키며 위기 해결을 도모해왔다는 평가다. 해법을 내놓으라는 압력과 ‘나치’에 비유되는 모욕에도 불구하고 메르켈은 “바주카포는 없다” “단계적”이란 표현을 고수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FT는 메르켈 외에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 레베카 브룩스 전 뉴스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CEO), 파키스탄의 10대 소녀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 영국 육상스타 제시카 에니스 등을 올해의 여성에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