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병원 등 일부 과목 전공의 지원자 1명도 없어

조선대병원의 일부 과 전공의들이 업무 과중을 이유로 사표를 내고 진료를 거부하면서 이들 일부 비인기 전공과목의 열악한 진료 현실이 관심을 끌고 있다.

11일 조선대병원 등 광주·전남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산부인과와 비뇨기과 등 일부 비인기 과목에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해 기존 인력의 근무여건이 악화하는 등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이번에 전공의가 사표를 제출한 조선대병원 산부인과의 경우 기존 6명이던 전공의가 최근 출산휴가와 전문의 시험으로 인원이 빠지면서 3명으로 줄어들었다.

비뇨기과에서도 5명이던 레지던트 가운데 시험준비 등으로 2명이 빠져나가 3명이 근무하는 실정이었다.

이에 따라 현재 비뇨기과와 산부인과에서 야간 응급실 진료나 수술 등 진료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에도 환자를 받지 않는다고 통보된 상태다.

교수들이 진료 시간을 늘리는 등 진료공백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과도한 업무로 말미암은 피로도 가중은 진료 차질 등 환자들의 불편으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특히 매일 당직을 서야 하는 이들 레지던트의 근무시간은 하루 20시간에 육박할 만큼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병원 측은 이번에 사표를 낸 전공의들이 업무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책임간호사를 채용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인력 부족 현상이 이른 시일 안에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이들 비인기 전공과목들은 대부분 개원했을 때의 경제성, 의료사고 위험성, 노동 강도 등에서 여건이 좋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인턴을 마치고 전공의 모집 과정에서도 이들 과목에는 지원자가 전혀 없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전공의 면접을 본 조선대병원은 산부인과, 진단검사의학과 등 일부 과목에서 2년째 레지던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전남대병원도 이날 3명을 모집하는 산부인과에 2명이 지원했고, 흉부외과와 병리과에는 지원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종합병원의 비인기 전공과목 기피 현상은 전국 의료계가 겪는 심각한 문제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수가 조정이나 의료사고의 국가 차원 대응 등 적정 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주시의사회의 한 관계자는 "의료수가 문제가 현실화되지 않고 의료사고가 나면 의사 잘못이 아니어도 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 현실 등의 이유로 일부 전공과목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각한 실정"이라며 "결국 정부에서 의료 현실을 정확히 파악해 국민건강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kj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