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기억이 바뀌는 점 때문에 항소심 법원이 유죄이던 성폭행 사건을 무죄로 뒤집었다.

서울고법 형사11부(박삼봉 부장판사)는 자신의 학원에 다니던 여중생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학원강사 A씨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08년 B양을 강제 추행하고 2008년 7월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09년 다른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피해자는 경찰 수사와 법정에서 "지속적으로 피해를 당했지만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걱정되고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부적절한 성관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B양이 원하지 않는 성관계는 한 적이 없고, 처음 성관계를 가진 시기도 2008년 7월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첫 범행 당시 B양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전한 학생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성관계가 피해자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뤄졌다는 피고인 주장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시기에 대한 피해자 진술도 "B양이 당초 2007년에서 2008년으로 피해 시점을 바꿨지만 3년이 지난 점을 고려하면 믿을 수 있다"고 봤다.

결국 재판부는 A씨의 성폭행 혐의와 성추행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에서 "범행 시점이 일부 당시 정황과 맞지 않는다"는 A씨의 주장이 계속되자, B양은 피해 일시를 2008년 4∼5월로 다시 변경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기억이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범행일시가 계속 바뀌어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성폭행했다는 공소사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하기 부족하다"면서 성폭행 혐의를 무죄로 봤다.

다만 "성추행 범죄의 죄질이 무겁고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가지면서 제자를 성욕 해소의 도구로 삼아 책임이 무겁다"며 나머지 성추행 혐의 일부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