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재정절벽은 경제학적으로 엄밀한 정의가 있는 용어는 아니지만, 과거부터 다양한 재정 문제들에 쓰였던 표현이다. 최근에는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올초 의회에서 사용하며 유명한 용어가 되었다. 버냉키 의장이 경고한 것처럼 미국 정부가 현재 계획된 대로 재정정책을 따를 때 경기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단기적으로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계획된 재정정책이란 두 가지다. 조세감면 혜택 중단과 정부지출 삭감계획 이행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살림인 재정은 세입과 세출로 결정된다. 세입은 주로 조세수입으로 발생하고, 세출은 매년 의회가 결정한 예산 범위 안에서 정부가 돈을 쓰는 것이다. 세입과 세출이 같으면 균형재정을 이루지만 세입이 상대적으로 크면 흑자재정, 세출이 상대적으로 크면 적자재정이 된다. 적자가 우려될 때는 세입을 늘릴 수도 있고 세출을 줄일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 만성적이고 막대한 재정적자로 인해 2013년부터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쓰기로 계획돼 있는 것이다. 미국의 2012년 재정적자 규모는 1조달러가 넘고(1조890억달러)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비록 작년에 비해 적자가 줄었다지만 4년 연속 1조달러가 넘었다. 문제는 그동안 발생한 적자가 쌓여 정부의 빚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부채 규모는 현재 11조달러(1경원을 상회)가 넘고, 이미 작년 5월 부채한도에 걸려 국채 발행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적이 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빚을 줄이기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부 빚을 줄이면 장기적으로 미국의 성장 잠재력은 향상될 것이나 단기적으로는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개인과 기업의 조세 부담이 늘면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기 어렵고, 정부마저 돈을 적게 쓰면 결과적으로 미국 내 모든 경제 주체들이 지출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파장효과까지 고려하면 내년 미국 GDP는 대략 0.5%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세계 최대 수입국인 미국의 지출이 감소하면 직접적으로 미국으로의 수출도 감소하지만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더욱 강화되는 등 세계 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게 된다. 미국 경기가 호전되는 것 같다는 점이 유일한 훈풍인 최근의 상황에서 미국의 재정절벽은 당장은 피하고 싶은 악재인 것이다.

다시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가 재정절벽을 피하고자 재정계획을 수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이다. ‘재정절벽 협상’이란 표현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하지만 거대한 빚을 방관할 수는 없으니, 적자를 줄이는 시기와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을 뿐일 게다. 절벽을 피한다고 위험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타산지석, 그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다시 한번 둘러보게 된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