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싸움에 대만 TSMC 신났다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계 1위인 대만 TSMC가 올해 9조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가장 큰 고객인 애플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7일 대만 디지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지난 23일 타이난시 남대만과학단지(STSP)에서 14라인 6기 착공식을 가졌다. 치앙샹이 TSMC 최고운영책임자(COO)는 “5기 공사는 지난 4월 착공했고, 내년 1분기 7기 공사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TSMC는 한 라인을 여러 기로 나눠 공사를 진행한다.

2014년 5~7기를 준공하면 30㎝ 웨이퍼를 기준으로 월 25만장 이상 생산할 수 있다. 현 생산능력 87만장의 28.7%에 이른다. TSMC는 15, 16라인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TSMC의 생산능력은 2015년 114만장으로 지금보다 30% 이상 증가한다.

모리스창 TSMC 회장은 지난달 25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생산능력이 14% 증가했다”며 “올해 투자액이 83억달러(약 8조9972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TSMC는 당초 6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4월 이를 증액했다.

TSMC의 움직임은 삼성전자를 의식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파운드리 투자를 늘려온 삼성전자는 TSMC가 올 상반기 28나노 공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이 퀄컴 엔비디아 ST마이크로 등을 새 고객으로 맞았다. 이에 반격해 삼성의 최대 고객인 애플을 뺏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는 얘기다. 애플은 삼성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공급받아왔으나 특허소송으로 사이가 벌어졌다. 8월엔 TSMC에 전용라인을 구축해달라며 10억달러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J.T. 수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TSMC가 투자를 늘리고 있다. 내년 4분기부터 애플 칩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TSMC는 28나노 공정상의 문제도 해결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 2분기 7%에 불과했던 28나노 제품의 매출 비중은 3분기 13%로 확대됐으며 4분기 20%, 내년에는 30%로 늘어날 전망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