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입점 추진하다 SSM 규제에 '방향 선회'

숭실대가 KT·현대중공업과 손 잡고 설립하는 국내 대학 최대규모 '산학연 복합시설' 이 대학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알짜배기 프로젝트인 데다 원래 숭실대가 추진하던 홈플러스 입점에서 방향을 바꾼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26일 대학가에 따르면 숭실대는 지난달 말 KT·현대중공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복합시설 개발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정대용 숭실대 특임부총장은 "총 사업비 4700억 원이 투자되는 국내 대학 사상 최대의 산학협력 프로젝트가 될 것" 이라고 밝혔다.

숭실대는 벤처와 IT·공학 분야 특성화 대학이란 이점을 살려 도심권 산학협력시설의 새로운 모델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복합시설은 서울 동작구 상도동 숭실대 문화관 부지 일대 1만4499㎡에 들어선다. 최대 지하 5층, 지상 11층에 연면적 9만9350㎡ 규모로 건물 설계와 인·허가 완료 시점인 2013년 9월 착공 예정이다.

복합시설엔 강의동 등 숭실대가 사용할 교육 기본시설을 비롯해 KT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현대중공업의 연구·개발(R&D)연구소 등 기업 업무시설이 조성된다. 숭실대는 기업 운영 지원과 함께 공동 연구, 취업 연계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키로 했다.

사실 이 시설은 기존에 숭실대가 홈플러스 입점을 전제로 추진한 '교육문화복지센터' 건립을 대체한 것이다. 교육문화복지센터는 대학이 부지를 제공하고 홈플러스가 자금을 투자해 건립하며, 일정 기간 운영 뒤 숭실대에 기부 채납하는 '민자 유치' 방식으로 짓기로 했었다.

그러나 서울시 인·허가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학교 측이 서울시에 '도시계획 세부조성 변경' 신청을 접수했지만, 서울시는 사업계획 수정·보완을 요구하며 절차를 지연시켰다. 교육시설에 대형 유통업체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입점하는 사실이 걸림돌이 됐다.

학교 측은 "홈플러스 입점 시설 건립을 추진했지만 지자체 인·허가가 나지 않았고 SSM 규제 법안 때문에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며 "무한정 기다릴 수 없어서 홈플러스 측에 사업 백지화 통지 뒤 거부감이 덜한 산학협력 시설으로 방향을 튼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숭실대가 굴지의 대기업인 현대중공업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인연도 새삼 화제가 됐다.

숭실대가 위치한 동작구는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기업가 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전국 대학에 설립된 '정주영 창업캠퍼스' 도 숭실대에 처음 문을 열었다. 정 의원이 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울산대보다 먼저 1호 창업캠퍼스를 오픈할 만큼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다.

이에 대해 숭실대 관계자는 "협력적 관계를 전제로 산학협력을 추진한 결과물일 뿐, 특정 기업과의 인맥을 통해 산학연 복합시설을 유치한 것은 아니다" 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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