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작년 캐나다에 출장갔을 때 도요타 벤자를 처음 봤다. 도로에 멋진 차가 지나가길래 무슨 차인지 유심히 봤더니 벤자였다. 그로부터 1년여 후 국내에 출시된다는 소식에 반가웠다. 북미지역 외에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출시되는 것이다. 이 차는 애초 북미시장을 겨냥한 모델이었다.

오랜만에 본 외관은 기억과 일치했다. 우아한 곡선으로 구성된 차체는 렉서스급으로 나와도 손색없을 만큼 고급스러웠다. 이 차의 디자인 컨셉트는 ‘볼드 앤드 다이내믹’이다. 말 그대로 말끔하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이 나도록 디자인했다는 것이다. 프런트는 공격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보닛과 연결하는 날개모양을 갖췄다. 아랫부분은 좁고 위로 갈수록 넓어지면서 상승하는 이미지를 줬다. 앞부분이 공격적이라면 사이드라인은 역동적인 느낌을 주려 했다. 옆을 관통하는 캐릭터 라인이 그런 느낌을 충분히 살려주고 있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세단의 장점을 결합한 차’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개발된 만큼 타고 내리는 데 불편함을 없애면서 SUV 특유의 여유 공간과 시야 확보에 충분히 신경을 썼다.

실내 디자인도 고급스러웠다. 승차감은 의외로 딱딱했다. 노면의 느낌을 되도록 운전자에게 전달해주도록 서스펜션이 설정돼 있다. 스포티한 주행감을 연출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이런 세팅을 한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실제 승차감이 달라 살짝 당황스러웠다. 문제는 차가 그렇게 스포티한 주행감을 선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핸들링이나 주행성능이 만족스러웠다. 밸런스가 좋고 잘 만들어진 차라는 느낌이 들었다. 시승한 차량은 3.5ℓ 엔진으로 배기량은 3456㏄이며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35.1㎏·m였다. 공차중량이 1920㎏으로 무거운 편이어서 치고 나가는 토크감을 느끼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도요타 엔진 특유의 배기음이 나는 데 거부감이 없으면서도 듣는 이를 흥분시켰다. 복합연비는 8.5㎞/ℓ다. 실제 주행연비는 6㎞/ℓ정도였다. 국산 내비게이션을 장착했고 파워트렁크 시스템과 13개의 스피커가 달린 JBL 오디오 시스템, 액티브 토크 컨트롤(ATC) 등 다양한 편의·안전사양이 탑재됐다. 파노라마 선루프의 개방감도 좋았다.

벤자가 도요타의 모델들 중에서도 고급스러운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도요타 엠블럼이 달린 도요타 차량이다. 이 때문에 5200만원이라는 가격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