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찾은 5만2237㎡(1만5802평) 규모의 파리바게뜨 평택 공장. 단팥빵 생산라인에 들어서자 사람을 대신해 '로봇손'이 쉴새 없이 움직이면서 빵을 찍어냈다.

로봇손은 밀가루 반죽에서부터 포장에 이르기까지 군무를 추듯 반복된 움직임을 선보였다. 빵을 동그랗게 만드는 라운딩 작업에 이어 움푹하게 홈을 파내 팥소를 넣고, 사람이 손으로 여미듯 빚어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섬세함은 반도체 생산라인을 연상케 했다.

'에그타르트'를 포장하는 라인에서는 묘기를 뽐냈다. 로봇손은 6개 들이 박스의 빈 곳을 찾아 분주하게 타르트를 날렸다. 과녁에 명중시키듯 능숙한 놀림으로 각각의 타르트를 적소에 꽂아 넣었다.


◆360개 품목, 일 평균 210톤 생산

평택 공장에서 생산되는 빵은 360개 품목이다. 2004년 준공된 후 하루도 쉬지 않고 일 평균 210톤 규모를 생산하고 있다. 모든 공정의 70%는 자동화 설비로 움직인다.

정효환 파리바게뜨 평택공장 총괄부사장은 "평택 공장은 철저하게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며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수요를 감당하려면 생산라인이 쉬지 않고 빈틈없이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과타르트' 같은 신제품이나 소량생산 품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은 자동화된 로봇에 의해 만들어진다. 정명종 공장장은 "원가(인건비) 절감차원에서 무인화된 설비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이는 다품종 대량생산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다. 820여 명의 직원들은 기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1일 2교대로 근무한다.

사람의 손길이 분주한 곳도 있다. 원료를 분류하는 라인에는 직원 두 명이 서 있다. 형광등 아래에서 빠른 손놀림으로 건포도 사이에 섞여있는 이물질을 걸러내고 있었다.

정 공장장은 "먼저 기계로 자동 선별한 후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검사한다"고 설명했다. 수작업을 거친 건포도 원료는 자석봉과 금속 검출기를 한 번 더 거친다.

◆이물질 발견시 비상 경광등 커져

각 라인의 컨베이어에는 공항검색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엑스레이(X-ray) 검출기'가 자리한다. 생산라인을 따라 51대가 배치돼 있다. 이물질이 발견되면 곧바로 비상 경광등이 켜지고 담당 직원이 투입된다.

이 공장에서는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온도·시간도 시스템으로 통제한다. '페이스트리(밀가루 반죽 사이에 유지를 넣어 결을 내 구운 빵)' 생산라인은 버터가 가장 잘 퍼지는 11℃를 상시 유지하고 있다. 110개소에서 센서를 가동해 1분 단위로 온도가 자동 측정된다.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저장되고, 지정된 범위를 이탈할 경우 담당자에게 문자메시지로 상황이 전달된다.

이 곳에서 만들어진 빵은 1차 발효 후 급속냉동 돼 '휴면생지(제빵반죽)' 상태로 보관된다. 빵효모가 영하 35℃ 이하에서 사멸하기 때문에 빵효모를 살리면서 급속 냉동하는 것이 관건이다. 휴면생지는 각 점포로 보내져 오븐에 굽기만 하면 바로 빵이 된다.

공장 한 켠에 자리한 제빵소. 이 곳에서는 제빵사가 각 점포로 보내지기 전 휴면생지를 점포와 동일한 환경에서 굽는다. 문제가 발생하면 전국 3200여 점포에서 동시에 민원이 제기된다. 때문에 사전 예방 차원에서 '베이킹 테스트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평택 공장에서 하루 생산하는 생지는 250만개. 이중 95%는 전국의 파리바게뜨 매장으로 보내진다. 나머지 5%는 미국, 중국 등 해외 시장으로 수출된다.

평택=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