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지난달 실시한 ‘임원 직선제 3년 유예안’ 투표가 부정·대리투표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노총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26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김동도 제주본부장은 지난 22일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제55차 대의원대회 투표과정에 의문점이 있어 확인해 본 결과 부정·대리투표 등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진행 중인 임원선거를 중단하라”고 노총 집행부에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30일 실시된 제55차 대의원대회에서 ‘2013년부터 임원 직선제를 시행한다’는 규약을 ‘3년 후인 2016년부터 시행한다’는 내용으로 고쳤다. 임원 직선제는 2007년부터 민주노총이 조직 혁신 과제로 추진해왔으나 지금까지 두 번 연기됐다. 김영훈 전 위원장은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유예를 주장해왔으며 유예안을 통과시킨 후 시행 일정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김 본부장은 △대의원 40여명이 위임장 없이 대리투표한 점 △대의원 명단을 바꾼 점 △참가명부에 서명이 없는 대의원이 투표명부에 서명한 뒤 투표한 점 등을 부정투표 의혹의 근거로 들었다. 일부만 부정투표로 드러나도 결과가 달라진다는 게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실제 이날 투표에서 민주노총은 직선제 유예안을 근소한 차이로 가결시켰다. 재석 대의원은 의사정족수(421명)를 겨우 5명 넘은 426명이었고, 유예안에 찬성한 사람은 의결정족수(284명)를 8명 넘은 292명이었다.

중집위는 김 본부장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진상조사단을 꾸리기로 했다. 26~28일 조사를 벌여 오는 29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11일 새 임원 선출을 앞두고 있으며 백석근 건설산업노조연맹 위원장과 전병덕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각각 민주노총 위원장·사무총장 러닝메이트로 단독 입후보한 상태다. 29일 결과 발표에서 부정투표가 사실로 확인되면 임원 선거는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