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난 11일 한국은행 종합직 공채 실무자 면접장. 두꺼운 안경에 돋보기까지 들고 집단토론에 응한 박기범 씨(23·사진)는 이처럼 논리적이고 확신에 찬 주장으로 면접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각장애, 뇌병변으로 ‘중증종합1급’ 장애인인 박씨는 한은 공채에서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의 영예를 차지했다. 한은에서 1급 장애인이 대졸 공채에 합격한 건 박씨가 처음이다.

박씨는 필기시험 문제의 난이도는 고사하고 제대로 읽기조차 힘든 상황에서도 철저한 준비로 난관을 극복했다. 그는 “남들처럼 읽지 못할 바에는 빨리라도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평소 암기력과 암산력, 통찰력을 키우기 위해 애썼다”며 그간 숨은 노력을 털어놨다. 인생에 가장 행복한 일을 “부모님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이라고 말하는 박씨. “엄마 생일인 지난 22일 합격 통보를 받고 취업을 생신 선물로 드릴 수 있어 정말 기뻤다”며 행복해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