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 TV토론이 승패를 가른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21일 TV토론은 야권 단일후보 향배를 가를 중요변수다. 후보등록 일정(25~26일)을 감안할 때 이번 TV토론이 두 후보의 정치·정책적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공개토론이라는 점에서였다.

게다가 과거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때와 달리 문·안 후보가 겹치는 지지층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TV토론의 영향력은 한층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질적인 지지층을 기반으로 경쟁을 벌였던 노·정 후보와 달리 문·안 후보는 비슷한 지지층을 두고 제로섬 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어 상대 지지층의 2%를 가져오면 사실상 4%를 가져오는 ‘더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2002년과 달리 이번 TV토론을 달리 보는 이유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현 야권 지지층이 결집 강도가 강한 정서적 이유보다는 전략적 선택 성향을 보이는 점과 비박 지지율 50%를 두고 문·안 후보가 제로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TV토론 결과가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문·안 후보가 TV토론을 통해 진정성과 참신함을 앞세운 이미지 강화 전략으로 나올 경우 이미지 싸움으로 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02년 노·정 후보 간 TV토론이 이 같은 경향을 보였다. 2002년 21일 오후 7시부터 실시된 TV토론 결과 당시 정 후보가 우세했다는 평가가 많았으나 지지율에서는 노 후보가 앞섰다. 당시 TV토론에서 정 후보는 공세적이었던 데 반해 노 후보는 상대적으로 방어적 입장을 보였다.

이튿날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33.1%)이 노 후보(28.4%)를 앞섰다. 중앙일보 조사에서도 정 후보(29.2%)에 대한 평가가 노 후보(20.8%)보다 좋았다. 50.0%는 ‘비슷하거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 여론 흐름에서는 TV토론에서 방어적이지만 안정적이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인 노 후보가 여론조사 지지율에서는 계속 리드를 지켜 나갔다. TV토론 결과가 판세 자체를 뒤집을 변수가 되기 어렵다고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여론조사가 향후 지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윤 실장은 “토론을 잘했지만 이미지에서 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이미지 싸움으로 갈 경우 여론에서 뒤지는 후보가 뒤집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