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영업 강자 KB금융 "중국 부자 공략"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이 중국 현지법인인 ‘KB국민은행 중국유한공사’와 베이징지점을 설립하고 21일 베이징 차오양구에 있는 현지법인 본사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우리, 하나, 신한은행 등에 이어 국내 4대 시중은행 중 마지막으로 중국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이다. 국민은행 측은 뒤늦게 중국에 법인을 냈지만 국내 소매영업 분야에서 갖춘 영업 노하우를 활용해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PB 노하우로 중국 부유층 공략

국민은행의 중국 법인 설립이 늦은 것은 외환위기 직후 중국 사무소를 폐쇄한 영향이 컸다. 이로 인해 중국 금융당국에서 법인 설립 인가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국민은행 측은 법인 설립을 계기로 중국 내 영업망을 확충하고 중국 부유층에 대한 PB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중국 현지에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금융에 주력하는 다른 시중은행과 차별화한 영업전략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이날 베이징 현지법인 개점식에서 “국민은행의 강점인 소매영업 노하우와 앞선 상품 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적극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중국 내 부유층으로 분류되는 연소득 2만~100만달러 인구는 1억2000만명에 이른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현지 전문 영업인력을 양성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KB의 ‘관시(關係)’ 적극 활용

현지법인을 설립했지만 국민은행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우선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 장벽을 넘어야 한다. 외국 은행은 정상적인 영업에 필요한 상품 등의 허가를 받는 데 최소 5~6년이 걸린다. 민 행장이 “직불카드 발행, 자산운용 및 금융상품 허가 등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 절차가 남아 있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 금융당국은 외국 은행의 현지법인에 대해서도 예대율 한도 75%, 자기자본 대비 동일인 여신한도 10% 등의 다양한 규제를 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런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현지 유력 금융인을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지바오청(紀寶成) 전 인민대 총장을 현지법인 경영고문으로, 천샤오윈(陳小雲) 전 인민은행 간부를 이사회 의장으로 영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양원근 KB경영연구소장은 2001년 예금보험공사에 근무하던 시절 중국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직속의 금융자유화 관련 태스크포스팀에 외환위기 극복 노하우 등을 전하면서 중국 내 두터운 인맥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개점식 이후 KB금융지주가 ‘동북아 시대의 한·중 금융 협력’을 주제로 개최한 ‘한·중 금융경제 원탁회의’ 참석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왕궈강(王國剛) 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장, 왕이밍(王一鳴)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 부원장 등 우리나라와 중국의 금융·경제 오피니언 리더 33명이 참석, ‘한·중 FTA(자유무역협정)와 금융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