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불법파견으로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올 들어서만 107곳이 불법파견으로 고용노동부에 적발되는 등 노동관계법에 대한 정부 단속이 강화되는 추세다.

○기업 불법파견 잇단 적발

21일 고용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 들어 10월까지 불법파견 근로자를 받은 기업 107곳을 적발했다. 2010년 37곳, 2008년 2곳에 비해 크게 늘었다. 대기업(근로자 300명 이상) 적발도 많아 지난 8~10월 실시한 특별근로감독에서 대기업 3곳이 파견근로자보호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적발된 곳은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 LG엔시스, 휴대폰 부품업체 신양엔지니어링, 롯데백화점 등이다. LG엔시스와 신양엔지니어링은 각각 생산직원 67명과 113명을, 롯데백화점은 지하 식품매장의 판매직원 36명을 불법파견 받아 쓰다가 적발됐다. 9월에 CJ대한통운 등이, 8월에는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등이 적발됐다.

불법파견에 대한 판단은 ‘지휘명령권’을 누가 갖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원청업체가 작업지시·인력배치·근태관리 등을 하면 그 근로자는 도급이 아닌 파견에 해당한다. LG엔시스 신양엔지니어링 등 제조업체의 생산공정, 롯데백화점의 식품매장과 같은 판매점에서는 파견이 금지되며 직접고용 또는 도급만 가능하다. 이번에 적발된 세 곳은 모두 원청이 지휘명령권을 갖고 있어 고용부는 파견으로 판단했다. 파견근로자 고용이 금지된 곳에서 파견근로자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불법파견이 됐다.

○노동법 위반 단속 강화 추세

불법파견 단속이 강화된 데는 이채필 장관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이 장관은 지난해 6월 취임한 뒤 노동관계법에 대한 준법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끊임없이 강조해왔다. 특히 이 장관은 파견법 위반 업체에 대해 여러 차례 시정을 요구했다.

노동법 준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는 흐름도 있다. 박영기 공인노무사회 부회장은 “싸다고 해서 파견근로자를 편하게 사용해왔던 게 사회적 문제로 인지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창환 고용부 고용차별개선과 사무관은 “2004~2006년 불법파견 단속을 집중적으로 했지만 검찰이 대부분 불기소해 단속 동력이 떨어졌다”며 “최근 다시 단속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업계, 인정하면서도 ‘울상’

업계는 일단 고용부의 조치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LG엔시스 관계자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개선대책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9월에 이미 직접고용 전환을 완료했다”고 해명했다. 9월과 8월 적발된 업체들도 “불법파견 사실을 인정한다”며 개선 조치를 이행해 큰 잡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우려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도 제각각 내부 사정이 있는데 무작정 법만 들이댄다고 오랜 관행이 하루아침에 곧바로 해결될 수 있겠나”라며 “(현실을 도외시한 채) 너무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중건 신양엔지니어링 인사팀 차장은 “일부는 정규직 전환을 했지만 나머지는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