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 당사국 총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렸다. WHO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의 담뱃값이 너무 싸다며 가격을 올려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흡연 문제에 WHO까지 나서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경제학적으로 중요한 근거는 흡연이 간접 흡연자들에게 피해를 주지만, 그 피해에 대해 흡연자가 보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흡연자가 자신이 끼친 피해에 대해 일일이 보상을 해야 한다면 흡연량은 지금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 어렵기 때문에 흡연이 과다한 것이고 정부 등이 이를 교정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담뱃값을 올리는 것이 흡연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까?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담배는 필수재에 가깝다. 필수재는 소득이 오르거나 내려도 소비량이 크게 변하지 않는 재화를 말한다. 조금 더 엄밀하게 말하면 소득이 1% 늘었는데(줄었는데) 수요량은 1% 미만으로 늘면(줄면) 필수재다. 아마도 주로 필수적으로 소비하는 재화들이 이런 특성을 갖기 때문에 필수재란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그러나 쌀이나 석유처럼 정말 필요해서 소비하는 재화도 필수재가 되지만 담배처럼 중독되었기 때문에 소비하는 재화도 드러나는 결과는 필수재와 같다. 필수재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소득뿐 아니라 가격이 변해도 소비량이 그다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담뱃값을 올리는 게 큰 효과가 없는 것 아닐까?

미국에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담뱃값이 올랐을 때 성인의 담배 소비량은 거의 변하지 않았으나 청소년의 담배 소비량은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성인보다 소득이 적은 청소년의 경우 자신이 직접 용돈으로 구매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아직 담배에 중독되지 않은 청소년이라면 담배가 비쌀 경우 아예 발을 들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결과가 우리나라에도 적용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시사점이 많은 결과임에는 분명하다.

한편 담배에 붙는 세금을 높여 담뱃값을 올릴 경우 국민건강 증진과는 전혀 다른 영향이 생길 수 있다. 바로 안정적인 세금원의 확보다. 값이 올라도 담배 소비량은 크게 줄지 않을 테니 오른 세금만큼 세수가 늘 것이다. 이미 담배에 중독된 흡연자의 경우 꼼짝없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이 달갑지 않겠지만 말이다.

물론 흡연율을 낮추는 방법에 가격 인상만 있는 것은 아니다. 흡연 관련 규제와 사회적 인식 변화, 금연 광고, 흡연 폐해에 대한 교육 및 홍보 등은 같은 가격에서도 담배 소비량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만약 담배에 붙는 세금을 인상하여 이를 담배 폐해의 예방 및 구제를 위한 재원으로 쓴다면 명분도 갖추고 효과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래서 담뱃값을 올려야 하나? 일단 담뱃값 인상이 흡연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읽는 독자 중 특히 아직 담배에 빠지지 않은 분들에게 WHO 사무총장의 말을 재차 인용하고 싶다. 한 해에 약 600만명이 담배 때문에 목숨을 잃고 있으며, 이는 말라리아 에이즈 결핵 사망자 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라고.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