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TV홈쇼핑 업계에 뒷돈·향응을 주고받는 관행이 뿌리 깊게 퍼져 있다고 판단, 국내 홈쇼핑 업체 6곳 모두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1일 “CJ오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홈앤쇼핑의 상품기획자(MD)와 납품업체 사이의 비리 혐의점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서 NS홈쇼핑 전직 MD가 납품업자에게서 수억원을 받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업계 관계자의 추가 제보가 잇따르자 수사를 확대했다.

검찰은 이달 초 복수의 납품업체에서 뒷돈을 받은 혐의로 홈앤쇼핑 MD 두 명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몇 곳의 납품업체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홈앤쇼핑 MD A씨와 B씨를 불러 조사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1월 홈앤쇼핑 출범 당시 NS홈쇼핑에서 옮긴 인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달 초 압수수색한 10여곳의 납품업체에서 A씨가 방송·판매 편의를 봐준 대가로 돈을 받았는지에 대해 추궁했다”며 “그가 어느 정도 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B씨에 대해서도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는지 캐물었다. B씨는 지난주 수사가 진행되자 사표를 내고 퇴사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박근범)는 A씨 등이 납품업체에서 받은 돈을 윗선에 상납했거나 회사 차원의 관행으로 굳어진 구조적인 비리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 두 사람은 납품된 상품의 방송을 황금시간대에 배치하거나 입점할 때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올 1월 생긴 홈앤쇼핑은 중소기업 제품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5400억원의 매출(취급액 기준)을 올리며 당초 연간 목표액인 5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홈쇼핑 MD와 납품업체 간 리베이트 비리 의혹이 잇따르면서 검찰 수사는 확대되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한 납품업체의 자료 및 업계 관계자들의 제보 등을 분석하고 있다”며 “(비리) 제보가 잇달아 홈쇼핑업계 전반을 살펴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홈쇼핑 업체의 MD는 수많은 상품 중 어떤 것을 골라 판매할지, 상품의 방송 시간대를 어떻게 편성할지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MD와 납품업체 사이의 유착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홈쇼핑뿐 아니라 유통업계 일부 MD들이 적절하지 못한 행태로 납품업체와의 관계를 이어가 회사에서도 늘 감시하고 있다”며 “역량 있는 MD에 따라 납품업체들의 영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홈쇼핑 관계자는 “최근에는 방송 시간대를 짜는 편성팀을 분리해 MD의 권한을 축소시키는 곳도 있다”며 “그러나 일단 MD의 눈에 띄어야 상품을 납품할 수 있기 때문에 MD의 권한은 여전히 강하다”고 설명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