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내버스의 약 70%가 22일부터 사상 초유의 ‘전면 운행 중단’을 선언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비상 대책 마련에 나섰다.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에 포함시키는 이번 개정안은 재정 여건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공식 반응이다. 그러나 개정안 통과를 빌미로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버스업계의 ‘전면 운행 중단’ 역시 용납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버스전용차로 한시 해제

정부는 21일 총리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전국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등 3만여대 버스의 운행 중단에 대비, 관계부처와 지자체에 협조를 당부했다.

정부는 각 지자체에 지하철 운행 횟수를 늘리는 한편 첫 출발 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고 전세버스 투입 등 대체 교통수단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하철 운행 횟수를 종전 대비 82회 늘리고, 25개 자치구와 협의해 출퇴근 시간대에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을 연계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총 400대 투입할 계획이다. 서울시를 비롯 전국에서 7600여대의 전세버스가 시내 주요 구간에 투입된다. 운행 중단을 강행한 시내버스와 달리 서울 마을버스는 정상 운행된다.

공공기관 임직원 출근 시간과 초·중·고교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도 탄력적으로 조정된다. 정부와 지자체 공무원은 부득이하게 늦을 경우 한 시간 이내는 지각처리가 되지 않는다.

이와 함께 경찰청은 전국 192개 구간 642㎞의 버스전용차로를 한시적으로 해제하고, 경찰 병력과 모범운전자 등 1만2000여명을 교통 관리에 투입하기로 했다. 서울에서는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제를 전면 해제해 일반 차량의 통행을 허용하되 중앙 버스전용차로는 이미 설치된 전용 신호체계로 운전자의 혼란이 예상돼 현행대로 운용한다.


○연봉, 버스 4천만원 vs 택시 2천만원

서울시 등 지자체는 비상 수송대책 마련과 함께 버스업계에 대한 강경 방침도 내비쳤다. 서울시는 버스 사업자가 22일부터 운행 중단을 강행할 경우 사업 일부 정지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버스 사업자가 무단으로 운행을 중단할 경우 1차로 영업정지 30일, 2차로 영업정지 50일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과징금도 별도 부과된다.

‘전면 운행 중단’을 선언한 버스업계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버스업계가 운행 중단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낸 속내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받는 손실 보전금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버스업계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연간 1조원 정도를 지원받고 있다. 서울시가 올해 버스회사 손실 보전분으로 책정한 예산만 2120억원에 달한다. 버스회사의 경영손실을 보전해주는 ‘준공영제’가 시행되고 있어서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곳은 서울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6곳이다. 정부 재정이 한정돼 있어 지금까지 버스에만 지원한 보조금을 택시와 나눠 가질 수밖에 없다고 버스업계는 걱정한다. 실제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택시 지원금을 추가로 새롭게 편성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에 대해 “예산을 편성할 여력이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버스업계가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는 택시업계 종사자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으로 시내버스 기사(4~7년차 기준)들의 연봉은 평균 4021만원. 택시기사 평균 연수입(2000만원)의 두 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 불편은 외면한 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으름장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