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오랜 기간 외국 세력의 억압 속에 스프링처럼 눌려 있었습니다. 전 세계는 지금 눌려 있던 스프링이 튀어오르는 것처럼 급속히 발전하는 한국인의 힘과 에너지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글레프 이바셴초프 전 주한 러시아대사(사진)는 2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발전 속도가 놀랍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바셴초프 전 대사는 최근《또 하나의 코리아》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러시아 외교관이 쓴 최초의 ‘대한민국 체험기’다. 오랫동안 북한의 동맹국으로서 북한만을 ‘한국’이라고 인식해왔던 러시아가 38선 아래의 또 다른 한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그는 한국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가장 큰 힘을 ‘가족’에서 찾았다. 그는 한국을 ‘주부의 나라’라고 표현했다. “한국 엄마들은 아이들이 아침밥을 잘 먹고 학교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등교 지도를 해줍니다. 이 같은 어머니들이 있기에 밤거리를 방황하는 아이들이 적지요.”

한국인들의 독특한 기질 역시 그에게는 재미있는 관찰거리였다. 이바셴초프 전 대사는 “한국인들은 자신의 열정과 노력만으로 자수성가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제가 만난 대부분의 한국인이 부지런하고 약속을 잘 지키며 다른 사람을 대접하기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과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많은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일궈냈다”고 평가했다.

이바셴초프 전 대사는 “러시아는 여전히 남북을 이어주는 가교”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는 남·북·러 가스파이프 연결사업, 유럽·한국 간 철도 건설사업, 동북아 단일에너지 구축사업 등 남·북·러 3자 협력사업을 실질적인 단계로 발전시킴으로써 남북통일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